매일신문

뇌졸중 '철의 여인' 아직도 영국인 표상

대처 前총리 80회 생일 맞아

불굴의 지도력으로 장기불황에 빠진 영국 경제를 회생시키고 미국과 협력해 냉전을 붕괴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철의 여인'으로 기억되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13일로 80세 생일을 맞았다.

당내 반란으로 뜻하지 않게 총리직을 떠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지 1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대처 여사가 남긴 유산은 여전히 영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년간 총리직에 재직하면서 영국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던 대처 여사는 이제 쇠약한 노인이 됐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거동하기가 불편하고 국회의사당을 쩡쩡 울리던 화려한 언변도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그가 주도한 개혁은 영국에 지울 수 없는 각인을 남겼다. 시골 식품점집 딸로 태어나 권력의 최정상에 오른 대처 여사가 남긴 유산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영국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대처 여사는 친구도 많았지만 적도 많았다. 많은 영국인들이 대처 여사가 개혁을 완수하지 못하고 정계를 떠난 사실에 탄식을 쏟아내지만 또 다른 영국인들은 그가 세상을 떠나면 파티를 열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그를 증오한다. 대처 여사가 내세웠던 통치 철학은 역설적으로 그가 평생을 몸담고 사랑했던 보수당이 아니라 중도 좌파 정당인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에 의해 계승됐다. 블레어 총리는 '실용주의'를 주창하며 대처 여사의 개혁 정책을 그대로 승계했다.

에식스 대학의 킹 교수는 "노조의 무력화 그리고 영국인은 남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는 인식을 제고시킨 것 두 가지가 대처 여사가 남긴 가장 특징적인 유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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