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스전용차로 얌체운전 '무법천지'

13일 오전 8시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범어네거리 사이 달구벌대로의 버스전용차로.

단속요원 3명이 지키고 있었지만 '법'을 어기는 승용차는 사라지지 않았다. 요원의 시야만 벗어나면 버스 뒤에 붙어 달리는 차량들이 봇물을 이뤘다. 단속에 아랑곳 않고 전용차로로 끼어들었다. 전용차로의 한 승용차는 단속요원을 발견하고 갑자기 옆 차로로 차선을 바꿔 뒤따르던 버스가 받을 뻔하기도 했다.

이 일대엔 우회전 골목길이 많아 파란 점선 지점이 잦은 것도 전용차로 위반을 부추겼다. 실선 구간과 달리 점선구간에서는 우회전 차량들도 통행이 가능해 사실상 단속이 어려운 것. 단속 요원들은 무전기까지 동원해 우회전 않고 계속 전용차로로 직진하는 차량들을 가려내지만 얌체 차량들의 홍수로 단속 자체가 어려운 상황.

버스 전용차로가 '무법천지'로 변했다. 준공영제에 따라 버스전용차로가 넓어지지만 '법'을 지키지 않는 자동차가 넘쳐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달성네거리~동인네거리 구간. 골목길에서 서너 대씩 무리를 지어 대로로 나서면서 버스전용차로를 점령했지만 단속요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마침 안전봉, 카메라, 무전기까지 갖춘 한 단속 요원이 전용차로 위반차량을 통제했지만 위반 차량의 꼬리는 이어졌다. "위반 차량이 너무 많아 감당이 불감당이에요. 오히려 화를 내거나 우겨대는 운전자들도 있습니다."

버스를 이용하는 박정현(47·수성구 만촌동) 씨는 "버스전용차로를 드나드는 얌체 운전자들로 버스가 급정거해 차 안에서 넘어진 적도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버스기사 김성태(42) 씨도 "전용차로가 늘어나는 만큼 단속도 강화돼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택시기사 김무근(52) 씨는 "버스가 전용차로뿐만 아니라 온 차로를 휘젓고 돌아다녀서는 곤란하다"며 "버스의 자정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버스전용차로 위반 단속은 2만7천73건, 올 9월까지는 2만1천374건으로 지난해보다 월 평균 1천여 건 늘어났다. 대구시 대중교통과 김희석 담당은"아직 버스전용차로 준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제도는 지난 91년 처음 시행돼 현재 25개 구간 100.1㎞의 전용차로가 운영 중인데 대구시는 앞으로 구간은 21개로 축소하고 거리는 134.4㎞로 늘리고 위반단속도 강화할 방침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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