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창업> '고깃집 CEO' 이렇게 성공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외식업 창업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창업 열기가 식고 있기 때문. 그러나 오랫동안 육류도매업을 하며 '잔뼈'가 굵은 이들이 '고깃집 CEO'에 도전장을 냈다. 익숙한 일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업종을 개척한 것. 이들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창업과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주 창업면은 누구보다도 고기를 잘 안다는 두 사장님을 만나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저렴한 100% 한우갈비로 승부

박순곤(48) 씨는 지난해 4월 대구 도원동 수박골 부근에 '참한우소갈비집'이라는 식당을 열었다. 한우갈비 도매업을 10년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좋은 한우를 싸게 공급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주위에선 모험이라며 말렸다. 도심 상권에서 한참 떨어진 산골짜기에서 고기장사가 되겠냐는 우려였다. 주변 20여 곳의 식당들은 대부분 오리, 닭백숙 등을 팔고 있었다. 외지라서 길도 험하고 교통도 불편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 요즘 하루 평균 매상은 150만 원. 개업 당시 6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두 배로 늘었다.

"개업 당시 단점들이 모두 장점으로 바뀌었습니다.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곳이어서 손님들이 조용해서 좋다고 하더군요. 또 주변에 고깃집이 없다 보니 자연히 저희 가게가 돋보이더군요."

박씨의 최대 홍보비법은 전단지 등 광고도 아닌 입소문. 전단지 한 장 돌리지 않았지만 한번 다녀간 고객들은 "싸고 맛있고 분위기 좋다"며 소문을 냈다. 단골고객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박씨의 가게에 들어서면 고깃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고깃집과 어울리지 않는 재즈음악이 흘러나오고 자욱한 연기도 보이지 않는다. 고깃집이라기보다는 전원카페 같다.

하지만 가장 큰 성공비결은 한우갈비를 싸게 파는 것이었다. 최근 한우값이 많이 올랐지만 1인분에 1만1천 원을 받고 있다. 한우와 '궁합'이 잘 맞는 토종마늘과 참기름을 버무려서 손님상에 올린다.

"진짜 한우가 맞느냐면서 의심하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100% 한우라며 손사래 칩니다. 마진은 적지만 많이 팔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돼지갈비로 승부

13년째 육류유통업을 하고 있는 나호섭(37) 씨는 어느 날 거래하던 업체에서 돼지고기를 양념해서 납품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자신만의 비법으로 양념한 돼지고기를 납품했던 업체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으로 나씨는 지난 5월 대구 본리동 본리파출소 부근에 '갈비둥지'라는 돼지왕갈비 전문점을 열었다.

"기존 저가형 돼지갈비는 이름만 갈비였습니다. 갈비가 붙어있는 고기를 파는 집은 거의 없습니다. 이것저것 백화점식 메뉴보다는 왕갈비 하나로 해보자고 결심했죠."

이 가게엔 메뉴판이 아예 없다. '왕갈비 1인분 3천 원'이라는 안내판만 벽에 붙어있다. 이 집의 하루 평균 매출은 350만 원. 10명이었던 직원은 25명으로 늘었다. 저녁시간에 가면 항상 손님 대여섯 팀이 기다리고 있다.

나씨는 고기 굽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초벌구이'를 시도했다. 기존 고깃집의 단점이 고기 굽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데 착안한 것. 또 고기를 많이 굽기 위해 불판도 기존 점포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더 큰 것으로 바꿨다. 이 같은 이유로 테이블 회전율을 높일 수 있었다.

식당 2층엔 전원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기다리는 손님들이 지루하지 않게 음료수를 제공하는 등 손님들의 휴식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대구시내에 체인점도 벌써 2곳을 개업한 나씨는 체인점을 지속적으로 낼 생각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고 싸움을 하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손님들은 싸고 맛있는 음식을 찾고 저는 그런 고기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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