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중·고 교과서 경제부문 서술 오류 투성이

'노동공급이 노동수요보다 크면 임금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실제로는 하락함)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여도 가난에서 탈피하지 못할 수 있다.'(자본주의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

우리나라 초·중·고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경제관련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처럼 사실과 다르거나 개념상 오류가 있는 서술들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경제부는 14일 한국은행과 전경련, 대한상의, 한국개발연구원(KDI)등과 공동으로 초·중·고교 경제관련 교과서 114종을 학계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초등학교 교과서 64곳, 중학교 교과서 87곳, 고등학교 교과서 295곳 등 446곳이 내용상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고 밝혔다.

지적된 내용을 보면 '1995년에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이르렀고'(초등학교)라는 서술은 1인당 국민소득을 잘못 표기한 것이며 노동공급이 수요보다 크면 임금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실제 교과서에는 이를 거꾸로 기술해놓았다.

또 '우리나라 경공업 제품의 수출은 줄어들고'라는 서술은 규모와 비중을 구별하지 못한 오류로 지적됐다. 줄어든 것은 경공업 제품의 수출(액)이 아니라 수출비중이므로 적절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처럼 시장은 사람이 아닌 돈이 투표를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경쟁적이며 비인간적일 수밖에 없다'와 같은, 시장경제의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주관적이고 부정적한 서술도 많았다.

또 '천민자본주의는 저급한 윤리 의식하에서 주로 투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한 유형이다'는 기술 역시 천민자본주의는 후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부정적 측면을 확대한 것으로 자본주의 유형의 하나로 분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경제원리 자체보다는 '개인적 이기심 자제' 등 주관적인 훈계나 윤리적 내용을 강조해 경제교과서의 내용으로는 부적절한 서술도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에서 가족단위의 외식이 늘었음을 서술하면서 '우리도 이제 이 정도의 외식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왕성한 소비욕구 이외에도 자기 가족밖에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가 엿보인다'고 기술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우리나라 경제현주소를 설명하면서 오래된 통계나 경제지표를 사용함으로써 현실과 맞지 않거나, 복잡한 경제현상을 쉽게 설명한다며 너무 과도하게 단순화해 오히려 혼란을 줄 우려가 있는 곳도 많았다. 재경부는 이러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교육인적자원부, 교사, 교수 등과 토론회를 개최한 뒤 교육부 및 집필진과 협의를 거쳐 지적된 내용을 수정할 방침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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