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 영화감독 전소연 씨

"영화 불모지 대구서 성공한 영화 만들어야죠"

"영화의 불모지 대구에서 따스하고 서정적인 영화를 선보이고 싶어요."

독립영화감독 전소연 씨가 자신의 시나리오 '올리브주스'로 올해 안에 장편상업영화를 크랭크인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게다가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될 청도군은 '올리브주스'에 2억5천만 원을 현금지원하기로 해, 영화 제작이 탄력을 받고 있다. '올리브주스'는 대구에서 25%, 청도에서 75% 비율로 촬영될 예정으로, 당초 독립영화로 제작할 계획이었으나 한 지역독지가의 후원으로 상업영화로 발돋움하게 됐다. 전씨가 영화를 제작할 경우 '올리브주스'는 대구에서 탄생하는 첫 번째 영화. 두세 번의 영화제작 관련 사기사건이 있었던 대구로서는 귀중한 결실이다.

"어릴 때부터 꿈이 영화감독이었어요. 주말의 명화를 빠짐없이 챙겨보고 좋은 영화는 열 번이고 스무번이고 반복해서 봤죠. 드디어 꿈을 실현하게 되는데, 설레면서도 조심스럽네요."

40대 초반의 전씨가 돌연 상업영화 감독을 선언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0년 이상 방송사에서 진행자 겸 작가생활을 해온 데다 직접 쓴 시나리오만 5편, 제작한 독립영화도 두 편이나 된다. '올리브주스' 시나리오도 3년간 준비해온 덕에 탄탄하다는 평을 받았다. 전씨는 거대자본이 판치는 영화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꿈꾸고 있다.

"일단 저예산으로 찍으면 망할 염려는 적어요. 현장 분위기부터 바꿀 겁니다. 지금은 대부분 제작비가 배우 몫이 되지만 알뜰하게 영화를 찍어서 스태프들도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려 합니다."

그가 대구에서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 영화계에서 '대구에서 무슨 영화냐', '그게 가능한가'라는 비아냥을 수없이 들어야 했다. 대구출신의 영화인들조차 '안 된다'고 말하자 전씨는 '내가 보여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이처럼 영화인들이 한결같이 대구 영화환경이 열악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로 전씨는 과거 문화펀드 사기사건으로 위축된 문화행정을 꼽았다. 또 대구가 문화적 가능성이 풍부한 도시인데도 서로 배타적인 분위기라는 것. 전씨는 그런 분위기를 깨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재 서울의 한 영화 제작사와 배급 및 홍보의 공조를 타진하고 있으며 대구에는 영화의 프리 세일(Pre-sale)로 분위기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제 영화가 관객들에게 맛있는 메뉴가 됐으면 좋겠어요. 대구에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제 영화가 대구 문화계에 자극제가 됐으면 합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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