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빈 검찰총장 사직서 제출…지휘권은 수용

"정치적 중립성 훼손" 경고

김종빈 검찰총장이 14일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 파문과 관련, 검찰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끝내 사의를 표명했다.

김 총장은 사의 표명에 앞서 강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천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키로 했으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남겨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김 총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용퇴를 결심함에 따라 헌정 사상 초유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천 장관의 거취 역시 논란의 핵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천 장관이 오늘 저녁 무렵 김 총장의 사직원을 받았고 청와대에 이 사실을 보고했지만 그 외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김 총장의 사의표명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사표 수용 여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판단하겠지만 본인이 사의를 번복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여 금년 4월 취임한 김 총장은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임기 도중 하차한 8번째 인물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장은 앞서 이날 오후 5시10분께 강찬우 대검 공보관을 통한 입장표명에서 "법무장관의 지휘를 수용한다. 다만 법무장관의 이런 조치가 정당한지 여부는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역대 법무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제해온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법무장관이 구체적 사건의 피의자 구속 여부를 지휘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그러나 지휘권 행사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해 따르지 않는다면 검찰총장 스스로 법을 어기게 되는 것이며 나아가 검찰은 통제되지 않는 권력기관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지휘권 수용 이유를 밝혔다.

이는 법률과 국민 여론을 감안해 천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지휘권 발동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김 총장의 심각한 문제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강찬우 공보관은 브리핑 당시만 해도 거취 문제에 대해 "아주 힘들어 하고 있다"며 총장 스스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음을 시사했지만 결과적으로 김 총장은 브리핑 전후로 이미 사의를 법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공보관은 "수사지휘 수용은 강 교수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겠다는 뜻"이라면서도 "사건을 송치받은 후 필요하면 보강수사를 하겠지만 (새로운 혐의가 드러날 경우 다시 구속의견을 올릴지) 그 부분은 말하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강 공보관은 "파문 이후 의사결정 과정에 청와대와 의견교환이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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