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검찰총장이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며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김 총장의 사퇴 결심은 대책 회의를 같이했던 대검 간부들도 몰랐을 정도로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조직의 동요를 최대한 막아보자는 김 총장의 의중을 엿보게했다.
이날 수사 지휘 수용 결정만 알려졌을 때는 검찰 간부들이 '현실'을 거론하면서 일선 평검사들을 다독이는 양상이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실에서는 회의를 열고 있던 부장검사와 수사팀 검사들이 총장 입장 표명을 전하는 긴급 뉴스를 숨죽이며 지켜보다 사퇴 표명이없자 '뭔가 빠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저녁 늦게 김 총장의 사의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 조직은 울분 섞인 반응과 우려를 쏟아내며 여론의 움직임을 걱정하는 등 크게 술렁거렸다.
◇"죽음을 택한 소크라테스의 심정이었을 것" = 지휘 수용 결정에 말을 아끼던일선 검사들은 사의 표명에 대해 총장이 당연한 결정을 내렸다며 충격 속에 격앙된반응을 나타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어제 부장들 회의에서 다수 의견이 수용 후 사퇴여서 처음발표할 때는 현실론을 선택했다고 보고 실망감이 없지 않았지만 평검사들을 다독였다"며 "만감이 교차하지만 더 이상 희생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심경을 털어놓았다.
법무부의 중견 검사는 "검찰 조직이 상처를 입은 이상 지휘를 수용하건 안 하건상관없이 총장은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며 "법을 지키고 죽음을 택한 소크라테스의심정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원지검의 한 평검사는 "법이 보장한 수사지휘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문제소지가 있지만 국가정체성을 부인하는 사건은 구속수사가 맞는데 정치권력의 지휘로소신있게 수사를 못하는 된 것은 결국 정치 권력에 굴복하는 것이다"며 총장의 사의표명을 옹호했다.
◇"장관도 물러나야 한다" = 천 장관이 동반 사퇴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경론도 잇따라 터져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이런 상황까지 간 게 안타깝다"며 "장관도 물러나야한다. 자신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총장이 직을 걸고 말한 만큼 물러나지 않으면 누가장관을 장관으로 여기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방청의 한 평검사는 "일선 검사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총장 사직서가반려된다고 하더라도 지휘권이 유지될 지 의문스럽고, 장관의 동반 사퇴 요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지검의 한 평검사는 "뒤늦은 감은 있지만 총장의 사의 표명은 검찰권 독립차원에서는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며 "이번 사태는 검찰에 지울 수 없는 흠을 남긴만큼 다시는 정치적 판단이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되나…들끓는 검찰 = 일선 검사들은 총장 사의 표명으로 수사 지휘권갈등이 새 국면에 접어들자 후임 인사와 여론 등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법무부의 한 검사는 "검찰 역사에 기록될 사건이다"며 "1949년 검찰청법 제정이후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는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실제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실험대가 됐다"고 간접적으로 수사지휘권 재검토 문제를 지적했다.
광주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총장이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받아들인 것은 어쩔 수없는 결정이었다고 본다"며 "하지만 외부 인사가 후임자로 와서 검찰 조직을 흔들지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천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청법의 지휘권 행사 규정을 없애는 쪽으로 개정하는게 필요하다"며 "검찰과 의견이 다를 때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하게 되는데 총장은결국 사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말 안 듣는 총장을 끌어내리는 데 이용될 소지도있다"고 말했다.
창원지검의 평검사는 "전반적인 수사 방향을 제시하는 건 몰라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구속, 불구속을 지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말이기 때문에 다음주초쯤 평검사들의 의견 수렴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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