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주의 눈물'을 닦다…모금운동 동참

"늙은이라 가진 돈이 없는 데 이거라도 받아줄 수 있어요?"

지난 8일 상주문화회관 1층에 설치된 상주공연장 참사 유족돕기 시민모임 사무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70대 할아버지가 불쑥 1천 원을 내놓았다. 이른 아침부터 사무실 앞을 서성거리다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와 건넨 성금이다. 지난 10일에는 상주 동양침술원의 이관휘 씨가 체육복 차림으로 들어와 5천 원을 내놓고 갔다. 시각장애인인 이씨는 평소처럼 부부가 함께 운동을 나왔다가 주머니를 털어보니 5천 원뿐이었다며 미안해했다.

이런 작은 도움들이 공연장 참사로 만신창이가 된 상주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큰 돈을 낸 사람도 많지만 자신도 쉽지 만은 않은 삶을 살면서도 고향 사람들이, 이웃들이 죽고 다쳤다는 소식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상주우체국 집배원인 임병옥 씨는 적지 않은 20만 원을 전달했고 상주시 환경미화원들은 50만 원을 보내왔다. 성신여중, 중모고, 공검중, 외남초교 등 학생들도 휴대전화나 MP3 플레이어를 사려고 감춰두었던 비상금(?)을 털었다.

시민모임 운영위원인 정하록(52·상주시 남성동) 씨와 자원봉사자인 조철희(45·상주시 신봉동) 씨는 "성금뿐 아니라 어떤 분들은 밥이나 떡을 해오기도 하고 근처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죽을 끓여 돌리기도 했다"며 "이런 마음이 상주를 따뜻한 도시로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성금은 14일 현재 6억2천953만4천610원.

참사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사고 책임을 밝히려는 '경찰의 힘'은 지지부진한 반면, 사고를 떨쳐버리려는 '시민의 힘'은 날마다 새로워지고 있다. 이 힘은 유족 돕기 등 보상문제에서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그동안 대형사고 피해자 보상의 경우,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사망자 1인당 1억2천여만 원의 보상금과 지방자치단체의 특별위로금 등을 받았으며 1999년 씨랜드 화재참사 유가족은 사망자 1인당 평균 2억2천만 원을 보상받았다. 이 같은 대형참사의 보상 선례에 따라 사망 11명, 부상 114명의 피해가 난 이번 참사의 경우 사망자 1인당 1억5천만~2억5천만 원 수준에서 보상금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렇게 모인 성금은 앞으로 구성될 보상심의위원회쪽으로 넘어가게 되지만 정규 보상금 외로 지급되기 때문에 그만큼 유족들과 피해자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셈이다.

시민모임 김량 위원장은 "새마을운동 상주시지회와 공동으로 행정자치부에 모집금액 15억 한도의 기부금품모집 허가를 신청했다"며 "허가가 나면 기부기업체에 대한 세금혜택으로 인해 성금 기탁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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