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행복한 노년을 위한 노(老)테크

1) 돈을 밝히자

'40대여, 돈을 밝히자.'

더이상 부끄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 자식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는 마지막 세대인 우리나라 40대 가장들. 부모를 모셔야한다는 공감대를 가졌으면서도 자식들에게 노후를 맡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노(老)테크'가 이들의 주관심사다. 자영업자에게도, 직장인들에게도, 주부에게도 노(老)테크 열풍이 일고 있다. '10억 모으기'가 화두로 떠오른 것도 결국은 노테크의 한 부분일 뿐이다. 노후문제가 이제 현실로 다가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젠 노후걱정 접었죠" (40대 후반 부부)

이상희(49·대구시 동구 신천동)·도경숙(44) 씨 부부는 4년전 부부가 개인연금과 종신보험에 함께 가입했다. 개인사업을 시작한지 18년째인 이씨는 "미리 노후를 준비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게 개인사업의 특성"이라며 "그러다 보니 남보다 먼저 노후를 걱정하며 알뜰하게 생활해왔고 이젠 퇴직 후의 걱정은 접었다"고 말했다. 도경숙 씨도 "은퇴 후에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위해서는 취미활동도 같이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그렇기 때문에 미리 경제적 문제를 해결 한 것"이라고 했다.

"늦었지만 결단내렸죠" (40대 초반 자영업자)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병호(42·대구시 서구 평리동) 씨는 최근 월수입 가운데 60만 원을 떼내 개인연금에 가입했다. 아내와 의논 끝에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의 학원도 영어 외에는 더 보내지 않기로 했다. 박씨는 "직장인들과 달리 퇴직금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막연히 노후 걱정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더군다나 우리 세대들이 자식들과 함께 살기를 바랄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 노후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는 박씨는 "왜 좀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내 나이 60엔 어떨까?" (30대 후반 주부)

최근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던 김경희(가명·38) 씨는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 막 고부문제로 갈등을 겪는 친정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한 터였다. "갑자기 친정어머니를 통해 미래의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곧 다가올 나 자신의 문제구나 싶더군요. 내 나이 60엔 어떻게 될까. 자녀들에게 기대지않고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소외당하고 있는 현재의 부모생활을 보면서도 노후대비를 못해왔다. "마음은 급하지만 지금 당장 생활이 빠듯해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안타깝네요."

"자식들에 짐 될까 걱정" (30대 후반 직장인)

"솔직히 나이 들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두렵습니다." 대구의 소규모 기업체에 근무하는 신기철(가명·39) 씨는 은퇴 후 자식에게 기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20년 후의 일이라 아직은 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애들이 크고 난 뒤 그때가서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 그러면서도 늘 걱정이다.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으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들처럼 실버타운에 들어갈 돈도 없고 그렇다고 무료노인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노후가 문제"라고 반문했다.

"준비는 빠를수록 좋아" (전문가)

"60세에 은퇴한다고 보면 평균수명으로 볼 때 은퇴기간은 약 25년입니다. 몇가지 경제적 가정이 있지만 은퇴시점에서 대략 5억~6억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면 됩니다." 성태문(39·국제공인 재무설계사) 대구은행 본점 VIP클럽 차장은 그렇기 때문에 필요성을 인식했으면 당장 노후준비를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40대중반에서 50대 초반의 가장일 경우 자산축적 규모가 애매한 수준이면 더욱 불안감이 커진다"며 "노후계획도 늦을수록 여유가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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