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의 저자-'천년고도를 걷는 즐거움' 이재호 씨

천년 고도를 걷는 즐거움

이재호 지음/한겨레신문사 펴냄

기행전문가인 저자는 경주를 사랑한다.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대표 유홍준 교수와 함께 전국의 문화유산을 기행해왔던 그는 역사의 숨결이 스며 있는 경주가 너무 좋아 아예 경주에 터를 잡았다. 그게 15년이 흘렀다. 경주 곳곳을 안내하면서 자신이 받은 감동을 학생·시민들은 물론 외국에서 찾아온 사람들과도 함께 나누고 있다. 1993년부터는 바른역사찾기 시민모임 대표로 울산 시민과 교사들에게 전국 기행, 향토사 기행, 보름달밤 기행 등을 무료로 해주며 우리 문화를 지키고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그 동안의 기록을 책으로 펴냈다.

우리가 수학여행 때 들렀던 경주박물관, 불국사, 토함산의 석굴암에 대한 기억이 경주의 전부는 아니다. 저자가 되살려낸 경주 문화재의 숨은 이야기들은 왜 경주를 다시 찾은 사람들이 '정말로 꼭 가고 싶은 곳''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경주를 꼽게 되는지를 설명해 준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경주를 알려주기 위해 저자는 왕릉, 절터, 경주 시내, 남산, 천전리와 반구대, 포항 등의 지역에서 33개의 유산을 엄선했다. 그리고 자신이 기록한 글과 사진으로 우리들의 기억을 새롭게 되새기게끔 한다. "우리 역사상 가장 서정적인 꿈과 이상, 인간적인 감동을 주는 신라문화를 느낄 수 있는 경주로 떠나"기를 추천한다.

저자는 평소 무심코 지나쳤을 왕릉들의 아름다움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터만 남아 있거나 석재들만 뒹구는 절터들에서도 저자는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희미하게 흔적만 남은 천관사지는 김유신과 천관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로 그 의미를 다시 얻는다. "완벽한 권위의 남성 같다"는 감은사지가 가장 아름다울 때가 "해가 서산에 기울어 어둠이 사방에서 밀려올 때"라는 것도 소개해 놨다. 한두번 구경간다고 해서 알아낼 수는 없는 사실, 저자가 얼마나 자주 감은사지를 방문했는지를 말해 준다.

경주박물관과 시내 곳곳의 유물들도 저자의 눈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와 의미가 더해진다. 산 전체가 박물관인 남산도 마찬가지. 천전리 각석과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얘기한다. 그리고 보존에 인색한 "우리의 현실에 분통이 터진다"며 불만을 던지기도 한다. 그래서 대곡댐 반대, 울산 병영성 살리기, 울산 옥현 유적지 보존, 가지산(석남사) 살리기, 석굴암 모형 반대운동 등에 몸담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관광이란 명목으로, 발전과 번영이란 명목으로" 쓰러진 신라의 문화를 비통해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365쪽, 1만5천 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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