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는 1·2차 세계대전을 겪은 작가로서는 대단히 행복한 삶을 살았다. 1차 세계대전의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발표 직후 18개월 동안 25개 국어로 번역돼 350만 부 이상이 발간되었다. 또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씌어진 '개선문'도 그 뛰어난 작품성으로 소설문학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이 두 소설은 참담한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레마르크 특유의 회화적 문체와 구성은 작품을 읽는 동안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와'귀로'등의 작품은 모두 반전적인 그의 사상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기 때문에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잡자 레마르크는 스위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 미국 시민으로 생을 마쳤다. 마치 '개선문'의 주인공 라비크처럼 그도 전쟁의 탁류에서 방황하던 망명자였다.
개선문은 전쟁의 승자가 전공을 자랑하기 위해 세우는 것이다. 나폴레옹이 파리에 세운 에투알 개선문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레마르크는 그의 작품 '개선문'에서 에투알 개선문이 상징하는 역사성이 망명자의 난감한 인생과 어떻게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지를 느껍게 그리고 있다.
지금 평양에서는 평양관광과 함께 군중 집단 메스게임 아리랑공연이 펼쳐지고 있는데, 그 평양시내에 파리 에투알 개선문과 흡사한 조형물이 있다. 지금도 생명을 담보로 아시아 대륙을 헤매는 탈북자들의 모습과 평양의 개선문, 그리고 군중 집단 메스게임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새삼 레마르크의 '개선문'의 주인공 라비크가 떠오른다. 과연 평양에서 보아야 할 진면목은 무엇이겠는가.
박상훈(소설가·맑은책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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