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원 공탁금을 지역으로

지역사회의 피땀으로 조성된 법원 공탁금과 보관금이 시중은행을 통해 지역자금 역외유출 통로가 돼 버린 50여 년의 뿌리깊은 서울(중앙) 중심주의 사고에서 법원이 벗어날 수 있을까.

법원금고는 거의 전적으로 지역 주민과 기업의 피·땀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 중에는 부도, 압류, 경매, 소송 등 서민과 지역기업의 피눈물 나는 사연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958년 공탁금 시행 때부터 법원금고는 조흥은행이 독점적으로 관리해 왔다. 현재도 조흥은행은 4조480억 원에 달하는 국내 법원금고 중 83.4%인 3조496억 원의 공탁금 잔고를 갖고 있으며, 제일은행이 7.4%인 2천693억 원을 관리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광주은행이 1.1%(393억 원), 경남은행 0.3%(103억 원), 전북은행 0.01%(약 4억 원)에 불과하다.(2004년 6월말 기준)

대구경북 법원의 경우도 조흥, 제일, 농협, 우리, 국민 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보관은행으로 지정돼 있으며, 총보관금은 2천억여 원에 이른다. 대구은행이 관리하는 비중은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 3천만 원이 전부다.

법원금고의 지방은행 예치 노력은 올해 4월 여·야 국회의원 161명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원 공탁금 및 보관금을 지방은행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건의안을 발의,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본격화 됐다. 대법원도 공탁물관리위원회를 신설, 내년부터 공탁금 관리업무를 하는 은행들을 5년에 한 번씩 정기 적격심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성향의 이용훈 신임 대법원장이 취임한 것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보수를 넘어 수구적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아온 법원도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마냥 외면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금고의 지방은행 이전과 이를 지역산업혁신지원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의 실현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조흥은행이 대한법률구조공단과 대법원의 공탁·보관금을 계속 취급하는 조건으로 500억 원(50억 원씩 10년간 출연) 규모의 출연금을 내놓기로 약정한 사실이 지적됐고, 기득권은 유지한 채 신설 법원의 금고만 지방은행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비판을 샀다.

대구은행 박종익 부팀장은 "향후 5년 동안 5개 그룹으로 나눠 공탁금 보관업무를 하는 은행들의 적격성 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구경북을 포함, 수도권 이외 지방의 법원금고가 우선적으로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되느냐 여부가 법원의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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