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를 기다리는 들녘과 함께 단풍이 온갖 색으로 산을 물들이고 있다. 변화되어지는 산색(山色)을 바라보니 옅은 연두색이었던 것이 어느새 짙은 녹색을 거쳐 다양한 색깔로 유종의 미를 장식하고 있다. 산색은 각각의 나무에 따라 단풍의 물듦이 다르듯이 한 나무에서도 물드는 차이에 따라 색상의 옅고 짙음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가을의 산을 대하면 마치 화성의 울림이 잘 조화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보는 듯하다. 거기에는 부드러운 현악기의 음색을 바탕으로 밝고 요란스럽게 노래하는 목관악기와 묵직한 울림을 강하게 내뿜는 금관악기,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시선을 집중시키는 울긋불긋한 타악기의 색채도 있다.
이러한 산색의 조화와 같이 오케스트라의 어울림은 각 악기 간의 독특한 음색들의 결합으로 나타나며 그곳에는 혼자 연주하는 솔로 부분이나 다른 파트와 소리의 균형을 생각하여 전체적인 울림을 배려하려는 연주자의 마음으로부터 좋은 하모니가 이루어진다. 또한 각 악기를 보면 연주자의 성격 또한 어느 정도 알 수 있는데 가령 현악기 중 가장 고음을 연주하는 바이올린주자는 밝고 날카로우며 예민한 성격이 많으며 저음의 첼로나 더블베이스 그리고 저음의 목관악기인 바순주자는 느긋하면서 여유 있고 낙천적인 성향이 없지 않다. 또한 중간음역을 담당하는 호른이나 비올라주자는 적절하게 양보하며 배려하다가도 자신을 드러낼 때 자신감 있게 나타내는 것 같다. 이렇게 연주자가 악기의 특성을 닮듯이 악기의 음색 또한 연주자의 성격을 닮아간다. 예로 같은 악기라도 강한 성격의 사람이 연주하면 힘 있고 강렬한 소리를 내고, 온화한 사람이 연주하면 부드럽고 섬세한 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오케스트라의 울림을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각 악기가 갖는 독특한 음색의 배합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지휘자를 비롯하여 다양한 개성을 지닌 연주자들 간의 성격의 하모니, 즉 마음의 하모니를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낙엽이 푸석거리는 소리, 계곡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 그리고 단풍이 드는 소리, 그 모든 소리가 모여 가을산의 하모니를 이루고, 바이올린을 비롯하여 많은 악기와 그 연주자의 마음이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울림을 만들듯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각자의 다양한 개성이 가을산의 울림처럼 아름다운 하모니 속에 울리기를 바란다.
김동학(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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