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 2호선 개통도 못보고…

공사 진두지휘 손동식 전 사장 개통 10여일 앞두고 별세 '눈시울'

지하철 2호선 건설을 책임졌던 손동식 전 대구시지하철공사 사장이 2호선 개통을 10여 일 앞두고 지난 6일 별세했다. 2000년부터 2004년 5월까지 지하철건설본부장을 맡으며 2호선 공사를 진두지휘했던 손 전 사장. 그가 세상을 떠난 뒤 2호선을 위해 혼신을 다한 그의 일화들이 속속 알려져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젖게 했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손 전 본부장은 목욕탕에 가면서도 휴대전화를 비닐에 싸들고 들어갔다.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한창 더웠던 여름에는 사비를 들여 수박 몇 통과 간식을 사서 공사현장 인부들과 나눠 먹으며 격려했다. 본부장 직책을 맡았지만 소탈한 모습에다 원칙에 충실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김대묵 지하철건설본부 건설1부장도 2호선 건설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무덥던 여름철 공사 직원들이 매연, 분진 등을 마시고 땀에 흠뻑 젖은 채 서류를 들고 사무실에 들어왔는데 냄새가 진동해 묘수를 내 사무실 밖에서 결재한 것. 그는 "여름에는 몸무게가 평균 6~7㎏이 빠질 정도였으며 도로 위 복공판 열기 때문에 탈진해 쓰러지는 인부들도 많았다"며 "2호선 전동차가 달리는 구간구간마다 공사현장 근로자들의 땀이 스며 있다"고 했다.

본부 직원들은 사고가 난다는 속설 때문에 공사기간 동안 짐승을 잡지도 않았으며 개고기도 먹지 않았다. 또 공사가 어려운 구간은 고사까지 지낼 정도로 사고를 막기 위해 애썼다.하지만 지난 8월 지하철 대실역 배전반 화재로 공로자들에 대한 훈장, 대통령 표창 등 포상이 절반 가까이 취소돼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한동수 대구시지하철건설 본부장은 "지하철 2호선 개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 준 인부, 직원 모두의 힘이 컸다"며 "근로자들의 피와 땀이 밴 지하철 2호선을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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