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국산 뮤지컬'캣츠'

T.S 엘리어트의 극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는 뮤지컬 '캣츠'의 원작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술수와 탈법이 예사로 자행되는 비참한 현실 가운데서도 꿈을 잃지 않은 용감한 거지 고양이(그리자엘라)를 새로운 지도자로 뽑는다. 결코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뮤지컬은 1981년 영국에서 초연됐다. 그 이후 세계 뮤지컬의 중심 미국 브로드웨이로 건너와서 무려 7천485회의 최장기 공연을 기록했다.

◇ '캣츠'가 국경을 넘나들며 인기를 누린 이유는 두 가지다. 고양이 세계의 우화를 빌려 인간 군상들의 부패와 타락을 들춰내면서도 이 세상 어디엔가 선하고 용기 있는 지도자가 있어 희망적이라는 불변의 메시지로 감동을 준다. 또 하나는 아무리 주제가 좋더라도 무겁고 지루하면 외면하게 마련인데, 주인공 그리자엘라가 부르는 메인 송 '메모리'처럼 철학적인 주제를 세계 공용어인 음악에 담아 쉽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 세계 4대 뮤지컬 가운데 하나인 '캣츠'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관심은 크다. 2003년 11월, 대구 공연이 빅 히트하자 2004년 2월 앙코르 무대가 마련됐었다. 당시 대구 전시컨벤션센터 야외무대에서 열렸던 앙코르 공연을 찾은 청소년 관객들은 무대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고양이들을 만져보기 위해 통로 쪽 좌석을 선호하는 현상까지 빚어졌었다.

◇ 그 신비스러웠던 뮤지컬 고양이들이 3년 연속 대구 무대에 서게 된다. 오는 11월 9일부터 선보일 '캣츠-포에버'는 예년과는 달리 국산 뮤지컬이다. 최근 아이들을 위한 '키즈 팝'을 발표했던 대중가수 김현철(36)이 음악감독을 맡은 한국판 뮤지컬이다. 이미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은 가수 김현철이 원작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면서 국산 '캣츠'를 선보이게 된 데는 대구의 예술기획사 '성우'(CEO 배성혁)의 힘이 크다.

◇ 대구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문화 산업으로 생산성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된다고 믿고 있는 배 사장은 대구를 음악 도시'예술 도시로 만들기 위한 꿈을 기획하는 '현장 맨' 가운데 한 사람이다. 대구를 음악이 흐르는 도시로 만들려면 국산 뮤지컬로 음악적인 역량을 성숙시키는 노력은 필수다. 강동(江東)에 위치해 있지만 음향 시설이 잘 돼 있는 대구 동구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리는 '캣츠-포에버'의 성패 여부는 대구 시민의 몫이다.

최미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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