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가운 쪽방 "난방보다는 끼니 걱정"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따뜻한 방구들이 그리워질 때나 쪽방 생활자들에겐 남의 이야기다. 끼니 걱정이 앞서다 보니 난방은 생각할 겨를 없다. 이번 겨울은 더욱 혹독할 것 같다. 장기간 이어진 지역의 불경기 여파로 이들에게 향한 시민들의 온정의 손길이 준 탓이다.

◇현황=이모(69·대구 중구 대신동) 할아버지의 방 앞은 바가지, 의자 등 주워 온 고물들과 폐지들로 가득하다. 몸이 불편해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고 쪽방상담소 직원 외에는 찾는 이도 없는 할아버지에겐 가끔 대문 밖을 나서 고물을 주워 들이는 것이 유일한 수입원. "한 땐 교육 공무원으로 잘 나갔지. 지금은 이렇게 혼자 지내지만. 아들 연락처를 알지만 연락은 거의 안해. 그 애도 어려운데…" 내복바람의 할아버지는 취재진과 함께 찾은 장민철 쪽방상담소 상담실장에게 상담소 직원들의 이름을 대가며 안부를 묻는다. 사람냄새가 그리운 모양이다.

김모(64) 할아버지가 사는 곳은 대구역 뒤 주택가. 슬레이트와 합판으로 지붕을 덮은 방은 수시로 덜커덩거리며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로 방바닥이 자주 울린다. 방 한쪽에는 먹다 남은 음식이 쌓여 있다. 한달 방값은 3만 원. 습기가 잘 차는 바람에 나무판자를 이불 밑에 깔아 놨다. 불을 때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어디 있나=대구의 쪽방은 주로 대구역 주변 칠성동 일대, 동대구역 주변 신암동 일대, 달성공원 주변 대신동 일대, 북부 시외버스 터미널 주변 비산동 일대에 몰려 있다.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나 행상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725가구에 이르는 쪽방거주자들은 중구(192가구), 동구(127가구)에 많이 살고 있으며 이 중 35~40% 정도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다.

장민철 상담실장은 "300여 명으로 추산되는 노숙자와 쪽방 거주자를 통틀어 주거빈곤계층은 1천여 명으로 추정된다"며 "11월쯤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본부에서 마련한 연탄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쪽방상담소도 운영난=지난해 대구쪽방상담소(서구 원대동)의 후원금은 한달 평균 70여만 원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50~60만 원으로 줄었다. 쌀과 의류 등을 지원해주겠다고 연락해오던 기업들의 전화도 지난해부터는 뚝 끊겼다.

쪽방상담소와 북한이주민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사)자원봉사능력개발센터 남상걸 후원회장은 "직원들 월급조차 챙겨줄 수 없어 미안하다"며 "지자체에서 적극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 곳은 현재 4명의 정규직원과 노동부에서 임금(67만 원)을 지원하는 계약직 직원 3명이 일 하지만 쪽방 거주자들을 잘 챙기기 어려운 인력.

대구시 복지정책과에 따르면 시내 노숙자 관련시설은 노숙인쉼터 4곳, 노숙인 상담보호센터 1곳 등 모두 5곳이며 올해 초부터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치운영 규칙'에 의해 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쪽방은 이 규칙에 포함되지 않아 지원이 쉽지 않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쪽방 생활자들이 추위에 떨고 올 겨울나기에 힘들어하고 있으나 관심과 지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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