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진호, "엄마 메달 안 따도 되죠?"

자폐증 수영선수 김진호(19.부산체고 2년)는 '몇 등 할 것 같아요?'라는 물음에 막힘없이 "1등"을 외쳤다.

하지만 어머니 유현경(45) 씨는 "대회를 앞두고 진호가 '이번 대회에서 메달 못 따도 되죠?'라며 부담이 되는 듯 계속 물어오더라"고 전했다.

지난달 체코에서 열린 세계정신지체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배영 200m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등 금.은.동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던 '수영말아톤' 김진호가 제86회 전국체육대회 참가차 17일 울산에 도착했다.

18일 배영 100m, 19일 배영 200m에 출전하는 김진호는 이날 울산문수수영장으로 바로 이동, 1시간 여 동안 개인 훈련을 했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레이스 도중 수영모가 벗겨지는 등 실수를 범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서는 잘하면 12위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는 유 씨는 지난 한달 보름여간의 훈련 공백을 무엇보다 걱정스러워했다.

전담코치인 배내식(40)씨가 매달 100만원씩의 사례금을 받고 있다는 제보로 교육청 감사를 받은 뒤 지난달 21일 학교측의 사직권유를 받아들여 수영장관리직와 전담코치직을 그만두면서 김진호는 졸지에 스승을 잃었다.

체코에서 돌아온 뒤 보름 정도 혼자 훈련을 하다 지난 1일부터 부산 영도서부교육청 소속 초.중교 순회코치인 황홍삼 씨로부터 임시 지도를 받아왔다.

"선장없이 배 타러 가는 기분"이라고 심정을 털어놓은 유 씨는 아들에게 "선생님이 많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지난 주 퇴원했다. 진호가 얼마나 잘 하는 지 지켜보겠다고 하시더라"며 배 코치의 사직 사실을 숨겨 왔다.

김진호는 배 코치가 안 보이자 불안해하며 그를 많이 찾았다고 한다.

배 코치는 이날 경기장을 찾아 김진호의 훈련 모습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김진호는 훈련 후 경기장을 나서다 배 코치와 마주쳤다.

지난달 말 이후 20여일 만의 해후다.

하지만 밀려드는 학생들 때문에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한 두 사람은 경기장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늦은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유 씨는 "배 코치가 '훈련은 잘 하고 있느냐. 내일 경기에 꼭 보러오겠다'고 약속하자 진호가 매우 반가워했다"고 전했다.

유 씨는 "진호에 대한 교육적인 차원에서 교육감님이 배 코치가 빠르면 11월, 늦어도 12월 중에는 복직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하셨다. 희망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호는 비장애인들과 겨뤄야 하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은 못 따도 되지만 과제 하나를 어머니 유 씨로부터 받았다.

지난달 체코 대회에서 세운 자신의 100m(1분07초66)와 200m 기록(2분24초49)을 넘어서는 것이다.

유 씨는 "상당히 어려운 요구이긴 하지만 100m 1분05초, 200m 2분22초를 진호에게 목표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유 씨는 "진호가 수영을 하면서 성취감,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면서 "내년 1년 간 더 열심히 훈련해 대학 진학보다는 실업팀에 들어가 선수생활을 계속 하면서 궁극적인 목표인 사회적,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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