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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버스파업', 회사가 먼저 성의 보여야

18일로 13일째를 맞는 포항 시내버스 파업을 두고 성원여객 노사 모두가 비난을 받고 있다.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파업의 이면에 어떤 '노림수'가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현재 외견상으로는 임금인상이 파업의 이유지만 그 해결책으로 노사는 모두 '준공영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준공영제는 행정기관이 배차, 수익금 등을 공동관리하는 회사에 적정 수익금을 보장해주는 제도다.이로 인해 준공영제가 된다면 버스 177대와 직원 340여 명의 성원여객이 '알짜배기가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시각이다. 사주는 적자 걱정 없이 덩치 큰 회사를 운영할 수 있고 감가상각비와 투자금에 대한 이자도 챙길 수 있다. 또 계열기업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차고 임대비 등 각종 임대수입을 꼬박꼬박 챙겨온 모그룹 대아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이익을 보장받게 된다. 지난해 대아그룹이 한때 포기했던 성원여객의 지분을 51%에서 75%로 대폭 늘린 것은 이러한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노조원들은 안정된 직장을 보장하는 준공무원 신분이 돼 준공영제는 노사 모두에게 최종 목표가 되는 셈이다.

물론 준공영제가 되면 포항시민들은 연례 행사처럼 벌어지는 파업에 따른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하지만 시민을 볼모로 잡고 벌이는 파업에 밀려 충분한 준비작업 없이 실시할 경우 현재 포항시가 지원하는 연간 수십억 원대의 재정손실금보다 더 큰 손해를 시가 떠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포항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부실회사를 먼저 도태시켰으나 포항의 경우 독점이어서 시가 끌려가는 구조"라며 "준공영제 이후 150억 원대의 부채를 갚아 달라며 파업을 벌이면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 '준공영제'는 30여 년간 포항 시내버스 독점 경영을 통해 엄청난 부를 키운 대아그룹이 나서 계열기업인 성원여객의 부채해결과 시 지원금의 명확한 사용처 공개 등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인 뒤에야 논의가 가능한 문제인 것 같다.

포항·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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