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은 17일 대구 동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초청 토론회를 열어 후보들로부터 이번 선거의 의미, 공약 실천방안 등을 들었다. 토론회에선 공공기관 동구 유치, K2 비행장 소음 해결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참석자는 기호1번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 기호2번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 기호4번 민주노동당 최근돈 후보, 기호5번 자민련 이명숙 후보, 기호6번 무소속 조기현 후보 등이었다. 사회는 매일신문 이상훈 정치부장이 맡았다.이번 동을 재선의 핵심 쟁점인 선거의 의미, 공공기관 동구 유치 및 비행장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선거의 의미
△이강철=한나라당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발생한 재선거다. 또 동구주민, 대구시민을 어떻게 먹고 살게 할 것인가,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키는가에 초점이 맞춰진 선거다.
△유승민=지역을 발전시키고, 나라 일꾼을 뽑는 인물·정책대결은 당연하지만 한나라당이 정권을 찾아올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최근돈=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중간 평가하고, 소수 기득권 세력과 재벌 이익만을 지키는 한나라당의 무능을 심판하는 선거다.
△이명숙=서민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정치를 하고, 그런 사람을 뽑는 선거다.
△조기현=동구에 살면서 지역사정을 잘 아는 참일꾼을 뽑는 선거다.
■공공기관 동구 유치
△이강철=청와대 수석으로 있으면서 공공기관 이전문제를 총괄했다. 공공기관은 대구에서도 가장 낙후된 동구를 확실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국책사업이다. 공공기관 이전지 확정 전 두 차례 정부협의가 있는데, 유치 타당성은 물론 정부를 설득할 자신도 있다. 금배지를 걸겠다.
△유승민=정치논리가 아닌, 대구시와 입지선정위원회가 결정할 문제다. 동구에는 땅이 많고, 어느 지역보다 낙후돼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선정위원들이 동을로 이전하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
△최근돈=공공기관 이전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대구 전체를 놓고 검토해야 한다. 동구를 포함해 각 지역에 분산 배치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이명숙=공공기관 부지는 50만 평인데, 동구 신서동에 43만 평 부지가 있으니 그곳으로 이전하면 된다.
△조기현=유치지역은 동구가 적합하다. 이를 정치논리가 아니라 행정논리로 풀어야 한다.
■동촌비행장
△이강철=선거 때마다 비행장 이전 얘기가 나왔다. 주민들은 이제 이를 믿지 않는다. 이전은 장기과제이고, 피해보상부터 해야 한다. 현재 소음 피해 실태를 파악하고 있으며, 특별법을 제정해 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유승민=주민들이 비행장 이전을 체념하고 있다. 그러나 전투기 소음을 그대로 두고는 동구 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행장을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 군사정권 때는 못했지만, 이제 못할 이유가 없다.
△최근돈=비행장 소음은 동구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명숙=주민들에게 헛공약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조기현=비행장 이전은 국가차원의 문제다.
◇ "먹고살자" 對 "정권심판"
후보들에게 출마동기, 경쟁력, 상대후보 평가 등에 관해 물었다.
■출마동기와 배경
△이강철=대구는 부도 직전이다. 대구를 일으키고 낙후된 동구를 살기 좋은 동구로 만드는 진정한 일꾼이 되고 싶다. 대구와 정부를 연결하는 창구역할을 하겠다.
△유승민=국민은 노무현 정권 심판을 바라고 있다.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켜 줄 경제전문가를 바라고 있다. 정부를 심판하고 이루고, 지역을 확실히 발전시키겠다.
△최근돈=사회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교육·의료·주거의 대물림으로 절대빈곤층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다.
△이명숙=동구발전과 여성에 대한 복지시설 확충, 노년층 복지혜택을 늘리기 위해 출마했다.
△조기현=동구민들은 각종 규제로 엄청난 생활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를 외면하고, 한나라당은 정쟁만 일삼고 있어 출마했다.
■경쟁력
△이강철=대구의 유일한 정부창구라는 점이다.
△유승민=한나라당 지지 시민들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최근돈=사회복지 전문가, 독립운동가 후손이란 점과 헌신적인 당원들이 최대 경쟁력이다.
△이명숙=여성후보라는 게 강점이다.
△조기현=대구에서 30년 공직에 몸담아 오면서 지역문제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해결방안도 알고 있다.
■상대후보 평가
△이강철=유승민 후보는 귀하게 자랐고, 경제엘리트로 식견도 높다. 최근돈 후보는 대구에서 뚝심 있게 노조활동을 한 '대구지킴이'다. 상대후보들의 약점은 공공기관 유치를 이룰 힘이 저보다는 약하다는 것이다.
△유승민=이강철 후보는 민주화 운동에 업적을 남겼고, 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단 청와대 실세로 있으면서 지난 총선에서 내걸었던 공약에 대한 결과가 없어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최근돈=이강철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대통령과 야당총재의 최측근이란 강점이 있지만, 동시에 민생파탄 책임이 있는 대통령의 측근, 무능한 야당 대표의 측근이란 점에서 약점이 있다.
△이명숙=대통령 최측근으로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고, 정치적 성장 가능성이 크고, 근면·성실성이 있고, 행정력이 탁월한 점이 상대 후보들 강점이다.
△조기현=여당실세, 정당의 아성, 젊음과 패기, 여성후보라는 강점이 있다. 반면 낙하산 공천, 인지도, 당 선호도 등에서 약점을 안고 있다.
◇ 東乙후보 아킬레스건
후보들은 자신의 전력과 약점을 파고드는 개별질문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답했다.
■이강철 후보
△97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 일부 총학생회장 출신들을 이끌고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는데?=당시 '야권 통합을 위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를 결성해 야권 통합을 추진하면서 통추 구성원들 사이에 3김 청산이 먼저냐, 정권교체가 먼저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위해 '3김 정치 청산'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신한국당 입당은 하지 않았다.
△공공기관 유치를 '힘과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것 아닌가?=정치논리 배제는 대구 정치상황을 고려해 볼 때 입지선정과정에서 특정 정당의 정치적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입지선정을 두고 대구시와 정부가 두 차례 최종 협의를 하게 돼 있는데, 여당 후보인 제가 당정협의 차원에서 정부 측에 동구 유치 타당성을 마지막 단계까지 설득해 앞장서겠다는 말이다.
△네 차례 출마하면서 지역구를 바꾼 이유는?=지난 총선에서 동갑에, 이번에 동을로 나왔다. 선거구는 나누어져 있지만 같은 동구다. 이번에 대구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공공기관 유치라는 주요 현안이 생겼고, 한나라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갑자기 재선 사유가 발생한 상황에서 한 사람쯤 정부와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듣고 재선거에 나왔다.
■유승민 후보
△국민 뜻을 반영한 비례대표 의원이 다시 금배지를 바꿔 달려고 하는 것은 민의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이번 재선거는 단순히 지역 국회의원 하나 뽑아서 일 시키는 선거가 아니다. 이번 선거는 차기 대통령 선거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따라서 당에서 동구 발전과 대선 승리를 위해 공천했다. 4년 임기로 국민이 뽑아준 비례대표직을 내놓고 동구 주민들 심판을 받기로 했다.
△판세가 여의치 않을 때 영천에서 효과가 있었던 '박풍'을 이용할 것인가?=한나라당이 이번 선거 동안 불리한 적이 없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박빙의 차이는 있지만 한 번도 뒤진 적이 없다. 박근혜 대표는 당 대표이다. 당 대표가 선거운동 지원유세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만약 '박풍'이란 것이 대구에 있다면 그것은 한나라당과 박 대표에 대한 정권교체의 열망이고, 기대이다.
△고교졸업 후 주로 외지생활을 해 지역사정을 모른다는 측면에서 '낙하산 공천'이란 지적이 있다. '한나라당은 지역에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얘기에 대해서는?=대구가 고향이고, 대구에서 나서 자란 대구토박이 중의 토박이다. 팔공산에 뼈를 묻는다는 생각으로 동구에 왔고, 정치를 하는 한 영원히 동구 주민들과 함께하겠다. 시·도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안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최근돈 후보
△민주노동당의 기반인 민주노총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는데?=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당사자를 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민노총에 촉구한다.
■이명숙 후보
△지역에서 정당기반이 미약한데?=자민련은 보수 정체성이 뚜렷한 만큼 보수지역에서 그 정서를 대변할 수 있다.
■조기현 후보
△당선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데?=후보자별 홍보물이 전달되고, 방송토론이 실시되면 지지율은 급상승할 것이다.
△정당 공천에 탈락한 뒤 '반 한나라당'으로 돌아섰는데?=밀실공천을 통해 낙하산식으로 후보를 냈기 때문에 승복할 수 없다. 당선 후에는 반드시 당에 복귀하겠다.
◇ 토론회 말·말·말
△먹고살기 힘들고 바쁜데, 정권 찾는 것은 2년 뒤에 가서 하자. (이강철 후보,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유승민 후보에 빗대)
△대구 발전전략이 전부 달성에 중심을 두고 있다. 박창달 전 의원도 동구 출마할 때 DGIST 동구 유치를 공약했지만, 달성으로 가는 데 대해 입이라도 벙긋했느냐?(이 후보, 박근혜 대표의 지역구인 달성에 발전전략이 집중된다며)
△동구에서 식은밥 한 덩어리만 먹고 말거냐? (유승민 후보, 공공기관 유치에만 집착하는 이강철 후보를 빗대)
△대구가 8년째 차별받고, 괄시받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선거에 임박해 표 찍어주면 뭘 해준다고 하면 안된다. (유승민 후보, 이강철 후보의 '힘있는 후보론'을 비판하며)
△매향리 미군 폭격장도 없앴다. 정치인도 누가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싸워야 한다.(최근돈 후보, 동촌비행장 이전에 대해)
△입에 발린 소리만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안 믿는다 (이명숙 후보, 유승민 후보의 비행장 이전 주장을 공격하며)
△왜 딴 데서 하지 않고 동구에서 대리전 하나. 동구는 대리전 터가 아니다.(조기현 후보, 대리전 주장을 비난하며)
△어떻게 지역에 발도 한번 안 디딘 사람은 30% 이상 나오고, 지역텃밭에서 20년 공직생활한 사람은 0.9% 나오나. 여론조사 믿을 수 있나? (조기현 후보, 여론조사결과에 대해)
(정리=이종규.김병구기자)
사진: 17일 오후 매일신문사에서 열린 10·26 대구 동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에 나온 후보자들이 손을 맞잡고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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