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관계 또다시 얼어붙나

日총리 신사참배…정부 "APEC 정상회담 취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가 17일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행함에 따라 한동안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한일관계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다음달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또는 연말 개최가 예상됐던 한일정상회담의 전면 취소를 검토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양국 간 외교 갈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일관계는 지난 2월 일본 시마네(島根)현의 독도조례 제정과 독도영유권 주장으로 급속히 악화됐다가, 6월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듯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다시 급속하게 악화되는 양상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 직후 우리 정부는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전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A급 전범이 합사된 신사참배를 강행한 것은 과거의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는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번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으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 정상회의시 한일 개별 정상회담과 12월로 예정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일 정상회담도 무산위기에 처했다.

청와대는 '셔틀 정상외교'의 일환으로 12월 예정됐던 노 대통령의 방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취소 입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정부는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고 충분히 예견돼 있는 만큼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번 신사참배가 다음달 초 제5차 6자회담을 앞두고 있는 북핵문제와 북일수교협상에 관련해서는 그다지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 당국이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에 대해 불편한 반응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북핵문제 또는 북일수교협상과 연계한 적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송석원 경희대 일본연구소장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사실상 예견돼 온 것인 만큼 과거에 비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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