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도루묵 이야기를 들려줄게. 이 이야기는 지난주에 들려준 도토리 이야기와 조금 비슷해.
도루묵은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인데 지방에 따라 도루무기, 도루메기 등 그 이름이 조금씩 다르단다. 처음 이름은 '묵어'였는데, '진어'라고 불린 적도 있었대.
옛날 어느 곳에 한 임금이 살고 있었지. 이 임금 역시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않고 놀기만 좋아하였대. 그리하여 오랑캐들이 나라를 빼앗으려고 쳐들어왔지. 그러자 이 임금은 제대로 싸워볼 생각도 하지 않고 피란부터 가고 말았대.
임금 일행은 어느 바닷가 마을에 이르게 되었는데, 몹시 배가 고파진 임금은 먹을 것을 빨리 가져오라며 성화를 부렸대.
"큰일 났다. 수라상을 차려야 하는데 변변한 생선이 없으니… …."
마을 사람들은 걱정이 되어 어쩔 줄 몰랐대.
"자, 혹시 남아 있는 생선이 있으면 모두 가져와 보시오."
임금의 수라상을 맡고 있는 신하가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었지.
"지금 묵어 서너 마리밖에 없소. 볼품없는 묵어를 어떻게 임금님께 바치겠소. 고등어나 문어를 잡아오겠소. 조금만 참으시오."
"안 되오. 지금 당장 음식을 올려야만 하오. 묵어란 어떤 생선이오."
"머리밖에 없어 먹을 것이 전혀 없소. 이곳에는 생선 축에도 넣지 않소."
"그래도 가져 오시오. 지금 임금님은 몹시 시장하십니다."
이리하여 묵어를 끓여 수라상 위에 올렸대.
"아이고, 참 맛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생선인가?"
"네, '묵어'라고 하는 생선입니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것을 어떻게 '묵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는 진짜로 맛있는 생선이라는 뜻으로 '진어'라고 하시오."
"네이."
이리하여 '묵어'는 '진어'라고 불리게 되었지.
그 뒤, 오랑캐가 쫓겨가고 평화가 찾아왔지. 궁궐로 돌아온 임금님은 이제 좋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지. 그러나 가끔씩 바닷가 마을에서 먹던 진어의 맛이 생각나기도 하였지.
어느 날, 임금은 기름진 음식에 싫증이 났는지 신하들에게 말했대.
"바닷가에 가서 진어를 구해 오너라."
임금님은 진어로 요리를 하게 하고 잔치를 베풀었지.
"이 진어는 내가 피란 시절에 즐겨 먹던 생선이라오. 이렇게 맛있는 물고기는 세상에 다시는 없을 것이오."
임금님은 신하들에게 권하고 자신도 함께 들었지. 그런데 그 맛은 옛날의 그 맛이 아니었대. 벌써 궁궐에서 다른 입맛으로 변하고 말았기 때문이었지.
"이상하다. 입에 맞지 않구나. 안 되겠다. 이것을 도로 묵어로 부르도록 하여라."
이때부터 진어는 '도로 묵어'가 되어 마침내 '도루묵'으로까지 변하고 말았다는구나.
어때, 이 나라는 또 어떻게 변할 것 같니?
심후섭(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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