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입 두말한 千 법무, 지휘권 令 서겠나

어제 김종빈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나면서 "정치적 중립의 꿈이 무너졌다"고 비난한 문제의 수사 지휘권에 대해 천정배 법무장관이 폐지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낳고 있다. 천 장관은 16대 때 2001년 검찰청법 8조를 수정해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자는 참여연대의 입법 청원을 국회에 소개했다. 이에 앞서 1996년에는 대검 국정감사에서 아예 이 조항의 폐지를 요구했다. 더 나아가 이런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었다. 그랬던 천 장관이 취임 후 180도 태도를 바꿨다. 자기모순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각종 기록에서 드러난 천 장관의 수사 지휘권 폐지 논리는 명쾌했다. "법무부 장관이 무엇 때문에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관여해야 하는지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대통령 등 정치권력의 간섭을 매개하기 위한 것 아니냐" "검찰이 정치권으로부터 외압을 견뎌내며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지금의 천 장관이 뱉은 말이 맞느냐는 의문이 들 정도로 소신에 꽉 차 보인다.

어느 게 천 장관의 소신인가.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권은 곧 정치적 개입인가, 아니면 정당한 권한 행사인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해괴한 논리로 자신의 입장 변화를 색칠하고 국면을 회피하려 해서는 상처만 남길 뿐이다. 천 장관은 이미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검사들의 반발을 산 터에 또다시 검찰 내부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시중에서도 "앞뒤 처신이 뚜렷한 인물인 줄 알았더니 그때그때 다른 정치인을 보는 것 같다"는 실망이 많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대로 검찰 조직을 추스르고 국민적 신망을 받는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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