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대구 신천(新川)에는 뜻밖의 진객(珍客)이 나타났다.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하천에, 그것도 한때는 오염의 대명사로 치부되기도 했던 이곳에 동물인형처럼 앙증맞은 수달들이 등장한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고것'들이 떠억하니 물속을 헤엄치며 놀고 바위 위에 앉아 태평스레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은 친환경 생태 하천으로서의 변화상을 보여 주는 동시에 잠시나마 시민들에게 환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 수달은 멸종 위기 1급 동물로 국제적 보호를 받고 있는 희귀종이다. 이런 귀한 수달이 250만 인구가 사는 메트로폴리탄의 한복판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신기하다. 처음에 많은 시민은 "설마?" "누군가 수달을 갖다 놓고 연출한 거겠지"라며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달은 어디선가 제 발로 찾아왔고, 2마리이던 식구는 어느새 7마리로 불어났다.
◇ 동글동글한 모양새 때문인지 수달은 어딘가 개구쟁이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1년 전, 도립공원 문경새재에서의 해프닝도 그러하다. 1, 2 관문 사이 연못에 있던 송어 120여 마리와 잉어 2마리가 난데없이 싹 사라졌다. 온갖 웃지 못할 루머가 떠도는 가운데 송어 도둑을 잡느라 관계자들이 한동안 골치를 앓았다. CCTV를 설치한다, 철망을 친다, 난리법석 끝에 범인을 잡고 보니 다름 아닌 수달녀석.
◇ 하지만 귀하디 귀한 천연기념물이니 어쩌랴. 게다가 수달이 출몰한(?) 연못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썩 높다. 이런저런 연유로 요즘 문경새재 공원관리사무소는 새재 명물 수달이 좋아하는 송어를 확보하기 위해 따로 송어 치어를 기를 정도로 정성을 들이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에서도 민통선 지역에 전국 최초로 '수달박물관' 건립에 나서고 있는 등 목하 '수달 보호'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터이다.
◇ 이런 참에 수달이 또 사고(?)를 쳤다. 경북 영양의 한 다방에 새끼 수달 한 마리가 나타난 것. 다방 주인 말에 따르면 "통통하고 귀엽게 생긴 수달이 열린 출입문으로 어슬렁거리며 들어와 당황한 기색도 없이 제집처럼 둘러보고는 느긋하게 앉아 쉬더라"는 것. 녀석은 결국 생포돼 관계 공무원의 집에서 미꾸라지 17마리를 얻어먹고 이튿날 인근 하천으로 되돌려 보내졌다. 다방에 간 수달, 사람이 즐겨 마시는 커피를 저도 마셔 보고 싶었던 걸까.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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