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투수' 선동열(42)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에 '지키는 야구'의 본 때를 보여주고 있다.
'짠물 야구'와도 통용이 될 수 있겠으나 '지키는 야구'는 철벽 계투진을 앞세워 말 그대로 1점차 리드를 지키는 야구다. 어감과 내용에서 훨씬 섬뜩한 느낌을 준다.
"선발이 5이닝 동안 1~2점으로만 막아준다면 불펜이 뒤를 확실히 잠글 것"이라는 선 감독의 호언장담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삼성은 18일 벌어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2회 박진만의 재치 있는 도루와 두산 선발 박명환의 폭투로 선취점을 거저 주웠다.
1점을 던져주자 '지키는' 것은 마운드의 몫이었다. 선발 바르가스를 비롯, 오상민-권오준-전병호-안지만-박석진의 계투조는 9이닝 동안 두산 타선을 무득점으로 묶으며 선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두산은 9회까지 2루타 4개 포함, 8안타 3볼넷을 얻었지만 삼성 마운드로부터 단 한 점을 빼내지 못했다.
특히 4회 1사 1,2루에서는 장원진의 유격수 병살타가 나와 찬물을 끼얹었고 6회 1사 1,3루에서 홍성흔, 안경현 등 두산의 중심 타선은 삼성 구원 권오준의 싱커에 바람을 가르며 속수무책으로 삼진 아웃 당했다.
1~2차전이 5이닝 동안 9탈삼진 무실점으로 1승 1세이브를 거둔 마무리 오승환의 독무대였다면 3차전은 삼성이 보유한 막강 불펜진이 실력을 뽐낸 자리였다.
6회 구원 나온 '불펜의 핵' 권오준이 1⅔이닝 동안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오상민, 전병호 등 좌완 스페셜리스트들도 무실점으로 선방했다.
선 감독은 6-0으로 앞선 8회 2사 1루와 9회 1사 2루에서 안지만과 박석진을 투입하며 추격의 싹을 완전히 짓밟는 철저함을 보였다.
결국 불펜진의 무실점 역투는 8회 양준혁의 우월 스리런 쐐기포, 진갑용의 투런포로 삼성이 6-0 완승을 거둘 수 있게 된 밑거름이 됐다.
삼성은 이날까지 두산의 득점을 단 4점으로 묶었다. 홈런과 장타력을 앞세운 화력군단 이미지는 퇴색했으나 선동열씨가 수석코치로 부임한 지난해 이후 2년 사이 지난 22년간 지켜왔던 이미지를 일순간에 바꿨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까지 한 팀의 최소 득점은 2000년 두산의 3점이었다.
세 명이 각각 18승씩을 거둔 정민태-김수경-임선동 3인방을 보유했던 현대는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까지 두산을 단 3점으로 묶는 '짠물 야구'를 펼쳤다.
타선도 활발하게 터져 점수차도 상당했고 투타의 조화가 그야말로 막강한 수준이었다.
당시 현대와 차이점이 있다면 올해 삼성은 특출난 성적을 올린 선발은 없지만 선발-불펜-마무리 체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갔고 한국시리즈에서 타선의 도움 없이도 이길 수 있는 절정의 감각을 보였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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