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 오로라공주

영화 '오로라공주'는 감독, 주연배우, 이야기 전개 방식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배우 방은진이 감독으로 출사표를 던진 첫 작품이고 톡톡 튀는 도시 여성의 감수성을 잘 표현해왔던 엄정화가 살인마로 연기 변신한다는 점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야기 전개도 독특하다. 영화 '오로라공주'는 기존 스릴러의 전형과 달리 이미 범인을 밝힌 채로 사건을 쫓아가는 구조다. 특히 범인 정순정은 살인현장에 오로라공주 스티커를 남기는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쫓기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고 대담하게 쫓아오게 만들며 세상의 시선을 주목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방은진 감독도 "정순정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나온 영화의 여자 캐릭터 중 표현이 가장 주체적이고 센 역할"이라고 자신한다.

이야기의 대강은 이렇다. 강남 일대의 공공장소에서 정체불명의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잔인한 살해현장에는 사건의 유일한 단서인 '오로라공주' 스티커만 남아있다. 강력계 오형사(문성근)는 CC-TV를 통해 스친 한사람, 정순정(엄정화)이 치밀하고 계획적인 이번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 형사는 자신의 파트너, 열혈형사 정형사(권오중)와 함께 순정을 쫓아 사건을 수사한다.

겉으론 밝고 여성적인 순정이지만 그녀에겐 뭔가 감춰진 욕망과 비밀이 있다. 타고난 미모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외모 지상주의자 최신옥(현영)과 주로 가진 자들을 변호해주는 변호사 김우택(장현성) 역시 순정의 손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왜 죽임을 당하는 걸까. 그리고 순정은 왜 그렇게 살인에 집착하는 걸까. 그 이유가 밝혀지는 장면이 바로 오로라공주의 결정적인 장면이다.

영화 오로라공주는 한 여자의 차가운 복수극인 만큼 잔인한 살인 장면이 많다. 순정은 날카로운 산적꼬치로 누군가의 얼굴을 수 십 번 내리꽂고 석고를 물에 개어 누구가의 코에 넣고 날카로운 가위로 누군가의 주요부위를 잘라버리는 등 잔인하고 냉정한 방법을 총동원한다.

영화 오로라공주는 미모의 여자 주인공이 복수에 찬 살인극을 벌인다는 점에서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도 비교된다. 또 5년간의 준비 끝에 메가폰을 든 배우 출신 감독의 연출력과 엄정화, 문성근 등의 연기 변신도 주목해볼 만하다.27일 개봉. 상영시간 106분.18세 관람가.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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