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千법무장관과 與圈의 옹색한 논리

천정배 법무장관이 어제 국회 답변에서 의원 시절의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주장을 시인하면서 "지금은 생각과 신념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검찰은 권력의 시녀였으나 지금은 그때와 차이가 있다. 그 동안 검찰은 환골탈태했다"고 자신의 입장 변화를 적극 옹호했다. 말하자면 검찰이 이제는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수사 지휘권을 행사해 관여했다는 얘기다.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천 장관이 그렇게 생각하면 일개 공안 사건에 사상 처음 수사 지휘권을 빼들 게 아니라 성숙한 검찰의 독립적 판단에 맡겼어야 앞뒤 아귀가 맞다.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속마음은 감춰두고 이번 사태를 피해나갈 명분을 뒤지다보니 점점 말이 꼬이는 것 아닌가.

강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시가 '인권을 중시하는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줄기찬 주장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천 장관이나 여권이 아무리 이 사건을 인권 옹호 차원으로 몰고 가도 '왜 유독 강 교수의 인권에 난리냐'하는 시선이 많다. 법무장관이 직접 나서 강 교수만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고 챙기면 한해 11만 명이 넘는 구속 피의자들은 뭐라고 하겠는가. 또한 인신의 구속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는 문제이지 검찰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잖는가. 그러니 천 장관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뿐 아니라 사법부의 고유 영역까지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천 장관은 좀더 솔직해져야 한다. 국민은 이미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차라리 우리 사회도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수용하자든지, 자신의 소신인 국가보안법 폐지의 연장선상에서 강 교수 사건을 보고 있다든지,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당당한 태도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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