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시평-국가정보원에 대한 獨白

동서고금 역사의 무대는 홍해에서 지중해, 대서양에서 다시 태평양으로 중심축이 이동하였고 주도국도 로마에서 영국, 미국으로 변천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세기를 주도하는 이념도 종교'철학'과학을 거쳐 이제는 정보화'통신혁명 시대에 이르고 있다.

이미 정보 통신의 혁명으로 세계의 통합은 물론 5대양 6대주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놓는 첨단 정보화의 시대가 도래하였으며 21세기 중반에는 강대국들이 우주를 대상으로 제국주의 식민지를 개척하게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의 당면과제는 물류거점 중심국가로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하면서 명실공히 G10 국가에 하루빨리 진입하는 것이다.

그 선결과제로 정보의 극대화, 정보기관의 활성화, 정보요원의 전문화, 정보전략의 과학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정보기관의 사명이고 시대의 요청이며 생존과 번영을 위한 당위성이다.

우리는 19세기말 미'일'청'러 등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외세에 대한 전략정보 부재로 인해 나라를 빼앗기는 뼈아픈 역사를 경험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 초강대국인 영국도 테러정보 부재로 인해 상당한 인명피해를 입는 등 국가안보 허점을 노출시키면서 국가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이처럼 우리는 국가안보에 대한 정확하고 전략적인 정보 부재로 인해 입게 되는 피해는 엄청나다. 국가의 존망은 물론이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며 후유증은 복구가 가능한 천재지변을 능가하는 인재(人災)라는 사실을 역사적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가정보는 항공기의 계기판이요 망망대해를 헤쳐가는 항해판이며 국가안보'국가발전을 지키고 이끄는 동력인 바, 이를 담당했으며 정보기관이 간혹 원성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으나 역사앞에 당당하고 국민과 운명을 같이하여 왔다.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부재로 발생한 9'11 무역센터 테러로 인해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것으로 볼 때 국가정보는 국가흥망을 결정짓는 요체인 것이다.

우리는 최근 북한 핵개발을 둘러싸고 미'일'중'러가 남북한을 두고 협상과 대립의 저울질을 하는 등 구한말을 연상케하는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국력의 조직화와 정보력의 극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겠다.

이토록 한치의 정황을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국가정보를 면밀히 주도하여야 할 국정원이 정권과 정치지도자들에 휘말려 천타작 만타작을 당하고 있으니 앞날이 심히 우려된다.

주위를 되돌아보면 중국은 패권주의로, 일본은 군국주의로, 미국은 경찰국가로, 러시아는 팽창정책으로 우리를 동북아의 울타리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녕 이 문제에 대해 뛰어야 할 국정원이 일손을 놓듯 궁지에만 몰리고만 있으니 국가 장래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위험부담을 안고 음지에서 비밀의 장막을 헤치고 보석을 찾아야 하는 힘들고 외로운 업무가 정보기관의 업무이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 존립의 문제는 위험하고 쉽게 보이지 않는 깊은 비밀의 장막속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기회에 이 정도에서 인식의 시각을 돌려 옷깃을 새롭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한가지 앞으로 국정원은 국가와 국민이 부여한 소명의식을 갖고 고차원의 국익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최고 국가정보기관으로서 정권과 정치지도자의 악용에 영합하지 말아야 하고, 정권과 권력자도 국정원을 악용해서도 안 되고 권력에 영합시켜서도 안 된다.

그리하여 명실공히 21세기를 열어가는 초석이 되어 아시아의 주역은 물론 태평양 시대에 주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국민이 부여한 소명을 다하여 역사앞에 신뢰받는 국정원이 되기를 기대한다.

(경북대 명예교수 李柾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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