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조류독감

사상 최악의 독감은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으로 1년 사이 2천만~5천만 명이 사망했다. 그 이후 1957년(아시아 독감) 1968년(홍콩 독감) 1977년(러시아 독감) 다시 독감이 창궐, 그때마다 수십만 명의 희생자를 냈다. 독감의 대유행이 10년 또는 30년 단위로 발생하는 바람에 독감 주기설까지 나왔다. 의학자들은 그래서 수년 전부터 엄청난 희생을 요구할 독감이 나타날 가능성을 경고하며 우려해 왔다.

◇ 조류독감이 세계인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주기설이 아니어도 조류독감은 전례 없이 위험한 요소가 너무 많다. 무엇보다도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새가 옮기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국경도 없이 세계 곳곳을 넘나드는 새를 막을 길이 없다. 벌써 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진원지로 터키'러시아'그리스'루마니아'마케도니아 등 유럽 대륙으로 번지고 있다.

◇ 일차적으로 날지 못하는 닭'오리 등 가금류가 도처에서 몰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3년 12월 충북 음성을 시작으로 경주 지역까지 확산됐던 조류독감이 양계농가와 치킨점 등 관련 산업을 초토화시켜 그 피해 금액만도 1조 원에 달했다. 지난해 겨울에도 광주 등지서 발생, 적지 않은 피해를 냈다. 2년 연속 발생하고 다시 겨울을 맞고 있으니 남다른 방역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류독감은 조류 전용 전염병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감염돼 문제다.

◇ 병원균인 변종 H5N1형 바이러스에 60명 이상의 사람이 숨졌다. 새와 사람 사이 감염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공포의 핵심은 사람 대 사람의 감염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체에서 변이를 일으켜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로 태어나 사람과 사람 간의 전염이 가능해졌을 경우다. 이 경우 급속한 전염력으로 세계 인구의 20~30%, 최대 18억 명이 감염돼 이 중 수백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일반 독감의 합병증만으로도 수많은 노약자들이 희생되고 있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백신도 없고 뾰족한 치료법도 없는 상태에서 그 피해는 가공할 만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비책 마련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나친 불안과 공포도 경계해야 한다. 시나리오는 항상 최악을 상정하게 마련이다. 사람들의 보건 수준이 옛날과 다른 데다 조류독감의 인간 대 인간 감염설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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