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달라지고 있다. 단 한 평의 빈 공간도 두지 않고 간이 판매대를 빼곡히 채워넣던 모습은 사라지는 대신 유동 고객이 가장 많은 최고 요지의 매장까지 없애가면서 문화공간을 늘리고 있다. 평당 수익률로 승부하던 시절은 가 버렸다. 어떻게 해서든 고객들이 백화점을 좀 더 많이 찾도록 유도하고, 또 찾아온 고객이 가급적 오랜 시간 매장에 머물 수 있도록 전략을 바꾼 것. '쇼핑 기피증'에 시달리는 남편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색다른 묘책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동아백화점
내년 개점 10주년을 맞는 동아 수성점은 대구의 대표 '문화백화점'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본관과 별관을 잇는 연결브릿지 양쪽 벽면에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천장에서 작품을 비추는 특수조명까지 설치했다. 최근엔 2층 영캐주얼코너에 있던 최고 요지의 매장 3곳을 없앤 뒤 평상시엔 휴게 및 작품전시 공간으로, 주말엔 지역대학 음악동아리와 연계한 재즈연주회 및 로비 콘서트장으로 활용 중이다. 동아 수성점장 이종원 이사는 "역내 최고의 문화 제안형 백화점이라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상권광역화를 꾀하고 있다"고 비전을 밝혔다.
쇼핑점도 지하철 이용고객을 겨냥해 푸드갤러리 입구에서 다양한 공예품 전시회를 비롯해 피아노연주, 작은음악회, 대학 음악동아리 공연 등 다양한 주말행사를 준비 중이고, 지하상가인 메트로센터의 각종 공연공간과의 연계 행사도 기획중이다. 특히 정문 앞 광장을 테마공원으로 조성, 도심 중앙에 시민 휴식처와 만남의 장소로 제공하는 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강북점도 지난 13일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마치고 아트홀을 재개관했다. 강북점 아트홀은 연간 이용객이 10만 명에 이를 만큼 북구 칠곡지역민들에게 문화 명소로 자리잡은 곳. 구미점도 6층에 있던 점장실을 여성고객 문화공간으로 바꾸었다. 시원스런 야외 전경을 즐기면서 무료로 차도 마실 수 있고, 예술 소품도 감상할 수 있는 문화 쉼터로 호응을 얻고 있다.
▨ 대구백화점
대백 프라자점은 이미 지난 2003년 11월 450평 규모의 11개 강의실로 한강 이남 최대 규모 및 최고 시설의 '대백 문화센터'를 오픈했다. 또 작년 1월엔 다양한 장르의 문화공연이 가능한 신개념형 다목적공간인 '프라임 홀'도 선보였다.
본점 및 프라자점도 고객 휴게공간을 대폭 넓히고 의자와 테이블, 다양한 잡지책을 구비했다. 대백 본점의 경우, 지난달 리모델링을 통해 여성팀코너의 매장간 간격을 넓히고 간이 판매대가 자리잡던 곳에 고정식 의자를 설치했다. 생활용품이나 상품권 위주이던 경품 및 사은행사도 지역에서 열리는 뮤지컬, 오페라 및 각종 콘서트 초대권으로 바꾸고 있다.
'대백 문화센터'의 경우 프라자점 오픈 당시부터 선보여 현재 49기 가을학기 수업이 진행 중이고, '대백 갤러리'는 백화점 초창기인 1970년대부터 대표적 전시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대백문화센터 최일봉 과장은 "갤러리, 프라임홀, 문화센터 등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업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공연기획을 포함한 운영비 부담이 적잖다"며 "그러나 지역 고객들의 수준높은 문화생활을 위해 지속적으로 매장내 문화공간을 넓히는 등 문화마케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 롯데백화점
롯데 상인점은 최근 '가을 영화제'를 통해 지역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난 주말 최신영화인 '웰컴 투 동막골'과 '찰리와 초콜렛 공장'을 상영해 매 회당 관람객 500~600명에 이를 만큼 성황을 이뤘다.
또 대구점은 지난 9일 지역 유치원들과 연계해 '롯데 가을 운동회'를 열었다. 장소 대여뿐 아니라 음료수 무료제공 및 페이스페인팅 등 각종 부대행사도 지원해 호평을 받았다. 매주 토요일마다 스카이파크에서 열리는 어린이 인형극장도 인기가 높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박용원 판촉매니저는 "최대한 많은 고객이 찾아올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이벤트의 생명"이라며 "이젠 백화점도 다양한 문화체험을 즐길 수 있는 기회 및 장소를 제공하지 못하면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했다.
휴식 공간 확충도 최근 백화점들마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상인점은 '파더스 룸'(Father's room)을 새로 선보였다. 백화점 내에서 남성고객들이 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곳. 각종 신문과 잡지, TV와 시내통화를 할 수 있는 전화기, 음료수대를 갖추고 있어서 아내가 쇼핑하는 동안 자유롭게 쉴 수 있다. 롯데 상인점 허상식 이벤트 담당은 "다음달엔 지역내 중소 게임업체나 단체가 있다면 게임대회 등의 형태로 지역업체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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