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군은 지난 3주간 기분이 들떠 있었다. 마치 육체미 선수인 양 몸매를 뽐내고 갑부처럼 돈을 쓰며 만나는 여자도 수 없이 갈아 치웠다. 유머가 넘치고 잠을 자지 않고도 생기가 넘쳤다. 조증(기분이 들떠서 쉽게 흥분하는 증세)이었다. 치료를 시작하자 차츰 정상적인 기분과 현실 판단력을 되찾게 되었다. 그러자 엄청난 카드 빚과 가족들의 핀잔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선생님 왜 저를 고쳐주셨어요? 그때는 얼마나 행복했는데요."라며 울상이다. 조증 상태에서는 만사형통이었다. 현실이 만족되지 않거나 좌절감이 심하면 환상과 정신 증상 속으로 도피하여 대리만족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
영화 '바닐라 스카이'는 꿈속을 헤매다가 깨어난 주인공의 허탈감을 다루고 있다. 빼어난 외모와 많은 돈을 가진 주인공 데이빗은 사랑에서도 자유분방했다. 줄리와 사귀고 있었지만 친구의 애인인 소피아를 본 순간 첫눈에 반해 버린다. 데이빗의 배신에 분노한 줄리는 그를 태우고 자동차를 몰고 질주하다 교통사고를 낸다. 줄리는 죽고 데이빗은 간신히 목숨은 건지지만 얼굴이 흉측하게 망가진다. 수차례 성형수술을 받아보지만 회복되지 않는다. 결국 의사가 디자인한 가면을 쓰고 다니는 신세가 된다.
이때부터 데이빗은 현실과 꿈의 세계를 방황하기 시작한다. 흉측했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소피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뭔가 점점 꼬이기 시작했다. 소피아를 안았는데 돌아보면 줄리가 보였던 것이다. 당황한 데이빗은 급기야 소피아를 살해하고 애인을 빼앗긴 친구는 데이빗을 공격한다. 그런데 데이빗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은 생명연장 프로그램에 의한 가상현실이었다.
가상현실 매니저가 데이빗에게 묻는다. 프로그램 속에서 계속 살 수도 있고 현실로 돌아갈 수 도 있다. 데이빗이 가졌던 고소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면 꿈에서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데이빗은 옥상에서 바닐라 스카이(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하늘 풍경)를 바라보며 현실을 선택한다.
데이빗은 꿈속에서는 얼굴도 정상이고 친구의 애인을 빼앗은 죄책감에서도 해방될 수 있었다. 이처럼 꿈은 마음의 소원을 충족시켜주고 불안을 방어해 준다. 꿈에는 발현몽과 잠재몽이 있다. 발현몽은 우리가 기억하는 꿈의 내용이고 잠재몽은 발현몽의 무의식적 뿌리다. 발현몽은 호도의 껍질에 해당된다. 껍질을 까면 그 안에 잠재몽이 숨어 있다. 이런 잠재몽을 찾는 것을 꿈 분석이라 한다. 잠재몽이 진짜 꿈의 의미가 된다.
대개 꿈의 근원이 되는 것은 첫째 본능적 욕구들로 유아기의 기억이나 환상이 관여한다. 둘째 신체 자극으로 소변이 마려울 때 오줌 싸는 꿈을 꾸는 것이다. 셋째 현재의 자기 상황이 꿈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넷째 그날 있었던 일로서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던 생각, 감정이 꿈에 나타날 수 있다. 꿈은 소원성취의 대리만족이나 공상을 충족시켜 준다.
환상이나 꿈은 현실원칙보다는 쾌락원칙이 우세하다. 현실이 어렵다고 공상이나 백일몽에 몰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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