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의 K씨는 지난해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4시간 안에 완주하는 철각이었다. 철인 3종 경기 도전도 마다하지 않던 그는 올해 초 요통으로 스포츠클리닉을 찾았다. 척추 곡선에 변형이 와 있고 요추뼈 사이의 간격도 크게 좁아져 있었다. 3개월간 재활운동을 했지만 불안정해진 허리는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고 어깨통증까지 생겼다. 재활운동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척추에 구조적 변형이 와 있었다. 통증을 무시하고 운동을 계속한 것이 화근이었다.
마라톤이나 수영, 골프, 테니스 등 유산소 운동은 혈당을 조절해주고, 혈압을 낮추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시켜주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당뇨병 심장병 고혈압 등과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을 꼭 해야 한다. 또 유산소 운동으로 단련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오래 산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몸에 좋다는 유산소 운동에도 함정은 있다. 바로 중독성. 운동중독은 고강도 운동을 할 때 나타나는 베타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의 작용으로 생긴다. 베타 엔돌핀은 탈진 상태에 이를 정도로 전력을 다한 운동을 할 때 최고치에 달한다. 이 호르몬은 아편이나 모르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것이 상승하면 긴장이 완화되고 유쾌한 기분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이 기분 때문에 운동중에 발생하는 통증도 잘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고강도 운동을 거의 매일 30분 이상씩 하면 베타 엔돌핀에 대한 의존성 반응이 나타난다.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의기소침하며 가벼운 우울증과 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이들은 운동 후에 나타나는 갖가지 통증을 외면하고라도 운동을 계속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운동중독이 마약중독만큼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운동에 중독이 된 사람들은 발목이 아파도, 무릎이 시큰거려도, 허리가 아파도 그것을 운동의 즐거움을 위한 '고행(苦行)'쯤으로 알고 참고 계속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대가 늘어나고 관절에 무리가 가도 운동을 계속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들은 근골격계의 손상을 가벼이 여겨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을 당할 위험이 무척 높다.
매일 1시간 정도 운동을 해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면 운동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운동중독자들은 허리나 무릎 고관절 등 관절이나 근육, 인대에 문제가 없는지, 부상에 취약한 생체역학적인 문제는 없는지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종균(운동사 닥터굿스포츠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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