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대구 동구 방촌시장 입구. 잠잠했던 시장 주변이 떠들썩해졌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산하 4개 단체 조합원 30여 명이 몰려든 것. 국일여객과 현대금속, 공공서비스노조에 소속된 이들은 민생현안 해결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같은 시간 불과 500m가량 떨어진 도로가에는 한 후보가 연신 허리를 굽히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이날 밤 늦게까지 후보들 유세는 이어졌다.
대구 동구 방촌시장이 '여론 광장'으로 떠올랐다. 이 일대는 대구 동을 재선거 출마후보 5명 중 4명의 후보 사무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 각 후보들 유세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것은 물론 시민·사회·노동 단체들 집회까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잇따르는 유세·집회=각 후보 캠프는 하루에 두세 번 이상 방촌시장 일대에서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5일장인 불로시장과 반야월시장이 열리는 20일과 21일을 제외하면 방촌시장 일대가 후보 유세 마당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매일 저녁이면 두개 팀 정도는 방촌시장에서 선거 유세를 한다"며 "지난 15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다른 정당 후보가 유세차를 맞대고 확성기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노동단체들 규탄 집회도 만만찮게 열린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재선거일인 26일까지 매일 오후 이곳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19년 넘게 방촌시장에서 어물전을 해왔다는 상인 유모(45·동구 방촌동)씨는 "지금까지 숱한 선거 유세를 봐 왔지만 노동단체들 집회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왜 방촌시장일까?=우선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방촌시장 양편으로 300m가량 상가가 형성돼 있고 둔산·부동 등 농촌 지역 주민들이 저녁마다 장을 보러 나온다는 것. 직접 찾아가기 힘든 농촌지역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라는 설명이다.
방촌동사무소 박한순(51) 사무장은 "이곳은 병원과 은행, 시장이 밀집해 있어 하루종일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며 "반야월과 불로동에서 정확히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후보자들에겐 매력일 것"이라고 했다.
전국민주버스노조 국일여객지부 신삼호(50) 쟁의부장은 "동을 재선거로 주민들 관심이 집중된 지역인데다 체임문제 해결 방안을 촉구하며 각 당을 압박하기 위해 이 곳을 택했다"고 말했다.
▲여론의 진앙지=전문가들은 동을의 무게중심이 동쪽으로 이동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총선 당시만 해도 후보들이 아양교와 입석네거리 일대에서 '전쟁'을 벌였지만 반야월지역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무게중심이 방촌시장 일대로 옮겨왔다는 것.
또한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상설장인 방촌시장과 인근 대형소매점으로 몰리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이처럼 방촌시장이 여론의 진앙지로 떠오름에 따라 방촌시장 여론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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