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부산으로 가는 열차편에서 한나라당 모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 부부를 우연히 만났다. 이 전 총재는 부산영화제 폐막식 참석차 가는 중이었다. 대구 동을 재선 지원을 위해 대구로 가던 이 의원은 만난 김에 선거상황을 설명했다. 내친김에 "한번 내려오시죠"라는 요청까지 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그랬던 이 전 총재가 23일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 지원을 위해 대구를 방문한다. 지묘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후보사무실에 들른 후 동화사까지 방문할 모양이다.
사실 이 전 총재와 유 후보 사이를 생각하면 이 전 총재는 선거기간 내내 대구에 살아도 될 정도다. 지난해 대선자금 수사로 어려움을 겪을 당시 측근을 자처하던 무수한 사람들이 등을 돌렸지만 유 후보는 이 전 총재를 지켰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대구행이 정계복귀와 연관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현지의 한나라당 선거관계자들은 지난주 이 전 총재의 대구행이 여론화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전 총재 대구행이 정계복귀로 연결될 경우 현 박근혜 대표 체제에 위협요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쪽에서는 이 전 총재 대구행을 못마땅해 하면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최근 대구 현지 측근을 통해 일방적으로 대구행을 통보했다. 당 관계자는 "우리쪽에서는 전혀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가 이번 대구행을 통해 시계를 2002년 대선 직전으로 돌려놓을 생각이라면 당내 분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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