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리고 색칠하며 어린시절 회상

포항 '햇빛마을' 노인복지 프로그램

"가위, 바위, 보. 이긴 분은 한줄씩 긋고 진 분은 가만이 계세요."

지난 17일 오전 포항 성모병원 옆 노인(치매 및 뇌졸증) 요양시설인 '햇빛마을' 강당에서는 할머니 20여명이 미술지도 교사의 지도에 따라 큰 도화지 앞에서 열심히 가위, 바위, 보를 해 이긴 사람이 점과 점을 그어 네모 집을 들어 각종 색칠을 하는 '집짓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햇빛마을 노인들은 이밖에도 성모마리아상, 석고 가면, 민화, 풍경화, 점묘화, 함께 그린 그림, 사진 붙이기 등 각종 작품을 만드느라 여느때보다 바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난생 처음으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 곳에 내다 건다는 교사의 말을 들었기 때문.

지도교사 박경희(42·포항미술치료교육센터) 씨는 "오는 22일 대형할인매장인 포항 남구 인덕동 이마트에서 '치매어르신들의 작품전시회'를 연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회에는 경증의 치매노인들이 혼자 또는 합동으로 그린 각종 작품 3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며 이마트 측은 장소제공과 함께 푸짐한 선물을 준비해 놓고있다.

서태연(80)할머니는 "성모마리아님 얼굴을 그릴 때가 가장 기분좋다"며 "아들과 손자들도 구경와 주었으면 좋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햇빛마을 사회복지사인 이주은 씨는 "치매 할아버지, 할머니들께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한편 시민들에게는 치매 노인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전시회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햇빛마을은 107명의 치매·뇌졸중 노인들이 무료 요양을 하고 있고 햇빛마을 부설 주간보호센터에서는 매월 20여명의 저소득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복지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msnet.co.kr

사진:햇빛마을에 요양중인 치매노인들이 미술치료 교사의 지도에 따라 '집짓기 놀이'를 하며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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