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대학가요제가 열리던 지난 15일 대전 카이스트 잔디광장. 5인조 혼성그룹 '익스(EX)'가 13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익스의 '잘 부탁드립니다'가 울려퍼지자 공연장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귀에 꽂히는 노랫말과 무대를 압도하는 외모와 카리스마. 예상대로 익스는 대상을 차지했고 익스의 보컬 이상미(22·여·경북대 문헌정보학 4학년)는 요즘 최고의 인기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제28회 대학가요제가 열리던 지난해 11월 13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 쌀쌀한 늦가을 날씨를 남성 듀오 '허니첵스'가 서서히 달구기 시작했다. 신나는 펑크 힙합에 청중을 압도하는 무대 매너. 여자 MC였던 이효리와의 섹시 춤대결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결과는 금상.
두 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작사·작곡 동아리 '익스프레션(Expression·표현)' 출신들이다. '익스프레션'은 지난 1998년 경북대 학생 6명이 중심이 돼 결성한 음악 모임.
당시 경북대 음악과에서 성악을 전공하던 박창현(31) 씨가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익스프레션'의 시작은 경북대생으로 이뤄진 록밴드였다. 리더인 박창현 씨는 "KMTV에서 주최한 엠비오 전국대학생뮤지션 컨테스트 지방예선에서 1등을 하면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익스프레션은 그 해 윤도현밴드와 김경호밴드의 콘서트에 오프닝 공연으로 출연하다가 1998년 말 타악기 전공과 작곡 전공, 염색공학과, 법대 학생 등 6명이 모여 정식 밴드로 출범했다.
이후 잠시 주춤했던 '익스프레션'은 2000년 대구·경북 지역 대학생들을 중심인 작사·작곡 동아리로 재탄생했다.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익스의 보컬 이상미는 2003년 모집한 '익스프레션'의 첫 신입회원이다.
현재 '익스프레션'의 회원은 20여 명. 경북대를 비롯한 영남대와 대구대, 아주대 등 대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11명은 서울의 홍대 클럽 무대와 초청행사에서 활동 중이다. 또 지난해부터 경북대 입시설명회에서 공연을 해오고 있다.
2003년 대학가요제에서 허니첵스로 출전, 금상을 수상한 전진욱(22·경북대 경영학과) 씨는 "공부는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음악은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아 과감하게 휴학하고 서울로 왔다"며 "처음엔 강하게 반대하시던 부모님이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고 말했다.
익스 보컬 이상미와 함께 동아리에 들어 온 김명진(23·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 씨는 2003년 이혁재와 서민정이 진행하던 KBS 캠퍼스아이디어 대전 경북대 편에서 1등을 했다. 김씨는 "동료들이 대학가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내년쯤에는 대학가요제 본선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익스프레션'의 모토는 '표현'과 '창작'이다. '표현'은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보여줘야 한다는 뜻. 보통 무대 뒤에 가려 보이지 않는 키보드를 과감히 무대 앞으로 내보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씨는 "거울을 보며 눈빛이나 손짓, 몸짓을 연습하고 방송 마이크 쓰는 법과 적절한 멘트에 대해서도 고민한다"고 전했다.
'창작'은 유명 뮤지션들을 흉내내기에 급급한 스쿨밴드의 한계를 벗어나 자신들만의 음악적 영역을 확보하겠다는 의지. 전진욱 씨는 "익스프레션의 가장 큰 강점은 젊음과 열정을 무기로 가장 지금 트렌드에 맞는 사고와 끼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후회없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음악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신입 회원인 이현호(20·경북대 지리학과) 씨는 "경북대 입시설명회에서 익스프레션의 공연을 보며 반해 진로를 선택했다"며 "큰 무대에서 상을 받는 선배들의 모습에 자극받아 하루에 4시간 이상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현 씨는 "동아리에 경북대 출신이 많긴 하지만 '익스프레션'은 모든 젊은이들에게 열려있는 모임"이라며 "음악을 사랑하고 자신을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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