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버스전용차로를 확대키로 한 데 대해 택시 업계와 자가용 운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택시 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버스전용차로까지 확대하면 택시가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진다며 우려하고 있고, 자가용 운전자들은 출·퇴근길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택시는 고사위기다"=택시 업계는 경제불황이 계속되고 자가용이 늘어나 택시 승객이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버스전용차로까지 확대되면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 택시운송사업조합은 최근 대구시에 공문을 보내 "버스 위주의 교통운영제도는 택시업계의 어려운 실정을 무시한 편파적 제도"라며 확대 시행을 제고해 줄 것을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김진명 대구법인택시조합 전무는 "택시업계가 심각한 불황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버스 전용차로가 확대되면 업체 경영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개인택시조합과 노조 등과 연대해 확대 시행을 적극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5년째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다는 황하강(56·서구 중리동)씨는 "손님을 내려주기 위해 전용 차로로 들어갔다가 단속이라도 되면 하루 벌이가 다 날아간다"며 "교통 체증 구간을 운행하다보면 손님과 요금 때문에 시비가 붙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 아침 달구벌대로를 통해 출근한다는 회사원 최준형(31·수성구 신매동)는 "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영업직이라는 직업 특성상 승용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버스전용차로가 확대돼 교통 체증이 더 심해지면 아예 지하철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버스에 우선권 줘야"=택시업계의 반발에 대해 시와 시민단체들은 공공성이 강한 버스에 통행 우선권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버스전용차로 운행을 허가해 달라는 택시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도로교통법상 불가능하고 버스전용차로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반대했다.
또 다른 시·도에 비해 버스전용차로 설치 기준이 지나치게 강화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체 차로 길이가 늘어난 것은 양방향 구간 증가 때문"이라며 "지역은 3차로 이상의 구간이 많아 전용차로 비율로 보면 타도시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시는 버스전용차로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버스전용차로를 위반하는 차량에 대한 단속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통 서포터스나 공익요원 및 무인단속카메라, 차량 탑재용 카메라 도입 등을 통해 위반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손덕환 대구시 버스개혁기획단 노선개선담당은 "시의 교통정책의 전제는 승용차 억제"라며 "전용차로를 달리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면 버스전용차로가 확대되더라도 승용차들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달라지나=시는 버스전용차로를 대폭 확대하고 시내버스 정류장에 일반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내용의 버스전용차로 확대 및 효율성 제고 방안을 확정해 내년 2월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25개 구간 100.1㎞에 이르는 버스 전용차로는 21개 구간 134.4㎞로, 구간은 줄어들고 거리는 늘어난다.
시는 버스전용차로 4개 구간 13.4km는 폐지하고 16개 구간은 양방향을 추가할 계획. 폐지되는 구간은 만촌네거리~황금네거리, 신천대로~영대네거리, 궁전맨션삼거리~반고개네거리, 본리네거리~성당네거리 등 4개 구간.
양방향이 추가되는 구간은 만촌네거리~수성교, 태전교~원대오거리, 만평네거리~팔달교, 입석네거리~칠성교, 달성네거리~동인네거리, 성당네거리~내당네거리, 두산오거리~MBC네거리, 명덕네거리~반고개네거리, 원대오거리~내당네거리, 도청교~대구역네거리, 영대네거리~반월당네거리, 중동네거리~수성못네거리, 도청교~대구역네거리, 영대네거리~반월당네거리, 중동네거리~수성못네거리, 상인네거리~성당네거리, 성당네거리~영대네거리, 반야월삼거리~입석네거리, 중동네거리~동성초교네거리 등이다.
MBC네거리~종각네거리, 효목네거리~MBC네거리, 만촌네거리~경산시 경계, 중리네거리~신평리네거리, 입석네거리~칠성교 구간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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