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디자인의 핵심은 '컨셉' 입니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신화를 창조한 후쿠다 타미오(57·일본 교토공예섬유대학 조형공학과 디자인 교수·사진)씨는 "산업디자인을 통한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선 좋은 컨셉 선택과 기업·학교·관청, 그리고 지역주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후쿠다 교수는 지난 21일 대구시, 대구경북연구원, 대구경북디자인기업협회, 21세기 낙동포럼이 '대구·경북의 성장엔진 디자인을 달자'는 주제로 연 포럼에 참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지역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20세기엔 대량생산을 통해 얼마나 싼 제품을 만들어내느냐가 성공의 요건이었다면 21세기는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소비자의 감성에 맞는 컨셉과 디자인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이제 제품의 가치는 '기능성'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상품으로의 혁신이 요구된다는 것. 이것이 바로 '감성디자인'인데 21세기는 어떤 디자인으로 어떻게 감동을 주느냐에 제품의 경쟁력이 결정된다고 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산학관민의 협력. 산업디자인을 통한 지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선 기업, 학교, 관공서,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함께 '지역브랜드'를 만들고 네트워킹을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의 실천력, 관청의 코디네이션, 학교의 지식 등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
"산·학·관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협력을 통해 디자인 산업의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민 전체가 함께 '붐'을 일으켜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컨셉이라도 주민의 이해와 지원 없이는 결코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4가지 요소가 잘 연결돼야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탈리아 작은 도시의 그저 그런 주방용품 공장에 불과했던 알레시(Alessi) 사가 주전자 등 세계적인 주방용품 브랜드로 급성장하고, 폐원 직전의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동물원이 일본 최고 인기 동물원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창조적이고 획기적인 컨셉과 디자인, 협력 등을 시도한 결과라고 했다.
"대구도 세계적인 성공사례를 잘 벤치마킹해 '대구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상품 개발 및 디자인 경영 도입 등에 나서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젠 제품의 퍼포먼스보다 경험을 존중한 지역 브랜드 확립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한편 후쿠다 교수는 일본 NEC 디자이너 출신으로 지난 1989년 삼성전자 정보통신 부문 디자인 고문으로 영입됐고 지난 93년 삼성 디자인 부문의 문제점 등 실상을 조목조목 정리한 보고서를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전달해 주목을 받았는데 이 보고서가 이후 삼성 디자인 혁신의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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