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 日 신사참배 '유감' 표명

하이드 하원국제위원장 주미 대사에 서한-"야스쿠니는 전범 합사된 곳"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엔 전범들도 합사된 사실을 강조하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고위인사들의 이 신사 참배에 대한 "유감"을 일본 정부에 공식 전달했다.

하이드 위원장의 대일 유감 표명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를 둘러싼 한국 및 중국과 일본간 외교긴장이 높아지는 데 대해 미 행정부내에서 적극 개입론과 신중론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행정부와 의회에 대한 영향력이 큰 국제관계위원장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토머스 쉬퍼 주일 미대사도 지난 20일 마이니치(每日)신문과 회견에서 신사참배에 대해 "중국과 한국, 아시아 국가에 큰 우려가 되고 있다"며 "안정되고 평화로운 아시아가 모든 나라에 이익"이라고 말해 하이드 위원장보다는 순화된 표현이지만 우려를 표명함으로써 미 행정부와 의회의 입장 표명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는양상이다.

하이드 위원장은 지난 20일 가토 료조(加藤良三) 주미 일본대사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특히 "뉘렌베르크 전범 재판과 마찬가지로 이 (도쿄) 전범 재판도 '승자의정의'가 아니었다"고 못박았다.

이는 일본 정부 안팎에서 이 재판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재판 결과를 '승자의 정의'로 치부,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일본 총리 등 전범으로 유죄판결을받은 사람들이 전범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강력 반박하는 동시에뉘렌베르크 전범 재판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독일 등에 대비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드 위원장 주도로 지난 7월 미 하원에서 채택된 '대일 승전 60주년 기념 결의'도 "1946-1948년 극동국제군사법정이 반인류죄로 전범 평결을 내린 것을 재확인" 했었다.

연합뉴스가 22일 입수한 하이드 위원장의 서한은 "워싱턴의 모든 아시아 관측통들은 일·중간 미해결의 관심사들이 건설적이고 조화롭게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고있다"며 "그 점에서 나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유감(some regret)을 느낀다"고 밝혔다.

하이드 위원장은 자신도 태평양전쟁 참전자로서, 국적을 불문하고 당시 사망한군인과 민간인들을 기리는 것에 공감을 표시하고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해 유죄선고를 받은 전범들도 기리는 곳"이라고 지적, 전범과 일반 군인및 민간인 사망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는 (전범 합사로 인해) 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미해결의 역사의 상징이자 태평양전쟁을 낳은 군국주의 성향(milita ristic attitudes)의 상징이 됐다"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A급 전범 14명과, B,C급 전범 1천여명이 합사돼 있다. 이어 하이드 위원장은 뉘렌베르크와 도쿄(東京) 전범 재판이 "나치 독일, 파시스트 이탈리아, 군국주의 일제의 추축국들이 전 세계인의 기본 인권과 민주제도를위협한 침략전쟁을 일으켰다"고 "역사적 심판"을 내린 사실을 상기시킴으로써 일본내 보수층 일각의 아시아 식민지 해방론 등의 과거사 미화 주장을 반박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서한 말미에 미.일 두 나라가 "긴밀한 동맹으로서 공동대처해야 할 급선무가 많다"며 베이징(北京) 제5차 북핵 6자회담,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서 다뤄야 할 의제들을 거론하고 "이렇게 결정적인 시기에 역사문제가 다시 제기돼 역내 국가들이 현안들에 대한 건설적인 대화를 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 두 나라 어느 쪽의 국익에도 이롭지 못할 것"이라고 거듭 신사참배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 6일엔 카렌 휴즈 미 국무부 대외홍보담당 차관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의 무관심과 자원부족 때문에 한국을 잃을 수는 없다"며 조지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내달 방한을 계기로 한국의 반미감정확산을 막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대국민 외교에 주력할 것을 촉구하는 등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유지·강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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