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있었다. 뜻하지 않게 죄를 저질러 수년을 교도소에서 썩었다. 수감 생활을 하면서 편지를 썼다. "잊어주오." 기다림에 지친 아내가 새 삶을 찾았는지 알 수 없던 어느 날 가석방이 결정됐다. 두려웠다. 정말 아내가 가버렸으면 어쩌나. 잊어 달라는 말은 거짓이었는데…. 다시 한번 용기를 내 편지를 썼다. "나를 용서하고 다시 받아들일 생각이라면, 동리 초입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매어 주오." 어른을 위한 동화 '노란 손수건'은 마을 어귀로 들어선 '남편'을 받아들이는 아내의 노란 사랑이 온 동네를 물들이는 걸로 끝난다.
◇ 사람의 소지품 가운데 자기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물건은 도장과 반지 그리고 손수건이다. 도장은 사람의 법적인 권리를, 반지는 약속을 표현한다. 반면 매일 지니고 다니는 손수건은 기능성과 감성을 동시에 지닌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래 갈라진 땅에서 산 적이 없던 우리나라가 식민 통치의 후유증으로 전쟁에 휘말려 분단 국가로 남아 있는 현실에서 손수건은 기능성보다 이별과 눈물, 혹은 눈물과 상봉의 정서적인 상징성이 더 크다.
◇ 23일, 북녘 땅이 건너보이는 임진각 입구에 납북된 아버지를 그리는 '딸의 소나무'가 들어섰다. 18년 전에 피랍된 동진호의 어로장이던 아버지 최종석(60) 씨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소나무이다. 딸 최우영(35'납북자가족협의회장) 씨는 400장의 노란 손수건으로 사부곡(思父曲)을 썼다.
◇ 며칠전 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공개 편지를 써서 가슴을 아리게 했던 주인공이다. "이 편지를 북한에 계신 사랑하는 아버님께 바칩니다"라는 제목으로 쓴 편지에서 딸은 한가지 소망만 담았다. 26일 환갑을 맞는 아버지에게 북측이 조촐한 환갑상이라도 차려주기를, 그리고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려주기를 염원했다.
◇ 현재 아버지 최씨는 간첩 혐의로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유엔에서도 더 이상 북한의 인권 문제를 방치할 수 없을 정도라고 보고 있다. 딸의 피눈물을 남과 북은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 특히 우리 정부는 미전향 장기수의 북송 방침을 정하기 전에 피눈물로 지새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가족의 입장에서 그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송환 대책을 세우는 게 우선이다.
최미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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