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화·차량훼손…대책이 없다

골목길에 주차하기가 겁난다. 주택가의 고질적인 주차난이 계속되면서 차량 관련 범죄가 잇따르고 주차를 둘러싼 이웃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도심과 주택가 이면도로는 각종 사고와 분쟁의 온상이 되고 있다.

△주택가 주차공포=김정하(34·대구 수성구 수성2가) 씨는 자신의 차만 보면 화가 치민다. 2주 전 골목길에 세워둔 자신의 차 문에 누군가 길게 흠집을 내놨기 때문. 김씨는 "못같이 뾰족한 것으로 차 옆을 길게 그어 놓았다"며 "며칠 전 주차문제로 말싸움을 벌였던 이웃의 소행 같지만 증거가 없어 속으로만 화를 삭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준(40·대구 동구 신천동) 씨의 승용차도 최근 밤 사이 왼쪽 범퍼부분이 찌그러졌다. 누군가 비좁은 골목길에서 주차하려다 들이받은 것. 이씨는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일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차공간 때문. 때문에 조그만 틈만 있으면 차들이 2중, 3중 비좁은 골목길을 메우고 있는 것.

골목길 주차차량에 대한 범죄도 기승이다. 지난 14일 새벽 3시 15분쯤부터 10여 분 사이 중구 남산2동 주택가 골목길에 세워둔 차량 3대에서 연이어 불이 났고 12일 새벽 달서구 감삼동, 성당1동에서도 골목길 주차차량에 불이 나는 등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잇따랐다.

차량 상대 도둑들도 날뛰고 있다. 중부경찰서는 19일 밤 주택가를 돌며 5차례 주차된 차량을 턴 혐의로 곽모(29·남구 대명동) 씨를 붙잡았다. 곽씨는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차량 5대와 디지털카메라 등 1천6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무대책과 시민불안=대구시는 주차난 해소를 위해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확대, 시행할 계획이나 실수요에 못 미치는 주차면수, 원거리 배정기피, 주차료 징수에 대한 저항 등이 걸림돌이다. 현재 이 제도 시행구역은 중구 동인 1·2·4가동, 동인 3가동, 삼덕 2·3가동과 대봉 2동, 남구 대명2·8동, 북구 관음동 일부이고 주차공간은 총 2천300여 면. 9월 말 현재 이 지역 등록 차량대수는 00만대. 그러나 00인 만여대만 수용할 수 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최근 차량방화가 잇따르자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지만 아직 단서조차 못 잡고 있다. 불특정 다수 대상인 데다 단독 범행이 많아 실마리를 잡기 힘들기 때문. 경찰 관계자는 "방화의 경우 증거 보존을 하기 어려워 범인을 잡기가 쉽잖다"고 털어놓았다.

때문에 운전자 불안은 커지고 있다. 장지형(30·중구 남산동) 씨는 "남의 집 앞에 주차했다가는 차량 흠집 등을 각오해야 한다"며 "집 안에 차고라도 마련하고 싶지만 꿈 같은 얘기"라고 하소연했다. 김신규(35·남구 대명동) 씨도 "주차 걱정이 덜한 아파트 주민이 부럽다"며 "범죄자는 있어도 경찰은 잡지 못하니 불안할 따름"이라고 걱정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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