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의집중에 도움되는 기억도 있다"

연세대 김민식 교수 세계최초 규명..미 PNAS에 논문 게재

독서를 할 때 헤어진 옛 애인의 얼굴이 떠올라 주의가 산만질 경우 고향의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기억은 주의집중에 방해를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주의집중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국내 과학자에 의해 밝혀졌다.

연세대 김민식 교수(42.심리학과)는 인간의 모든 기억이나 인지적 부담이 주의집중에 방해를 준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그 종류에 따라 주의집중에 도움을 주는 기억도 존재한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교수의 연구논문은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학술지(PNAS) 24일자에실렸다.

김 교수는 연세대 대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종류의 기억과제를 주면서 동시에주의를 필요로 하는 과제를 수행토록 한 정신물리학적 실험을 실시한 결과, 정보(기억)의 종류에 따라 과제수행에 방해를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도움을 주는 조건들을찾아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에게 왼쪽이나 오른쪽을 가리키는 화살표와 '왼쪽' 또는 '오른쪽'이라는 단어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화살표는 무시하고 단어에만 반응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은 화살표 방향과 단어의 방향이 일치했을 때보다 일치하지않았을 때 더 느리게 반응했다. 즉, 언어정보(단어)에 의한 과제수행에 위치정보가방해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피실험자에게 점이 그려져 있는 카드를 제시하는 등 추가적인 위치정보를 제공했더니 방해효과가 감소해 반응이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에서 언어, 위치, 색깔 등의 정보가 분리돼서병렬적으로 처리되고 있음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야구경기장에서 투수가 관중석의 야유를 받을 경우 알파벳을 외우면 경기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관중석의 야유라는 방해정보가 언어정보이기 때문에같은 언어정보인 알파벳 외우기로 방해효과를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의 이번 연구는 최근 급증하는 학습장애 아동이나 주의력 결핍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거나 주의집중이 요구되는 교육, 산업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