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막은 내리고

연극이 아름다운 이유는 막이 내리는 순간 모든 것이 다 비워진다는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 빈 객석을 내려다보는 배우의 가슴엔 만감이 교차하지만, 이조차 공연장을 빠져나올 때면 다 지워버리는 것이다. 지금의 내 심정이 그렇다. 처음 매일춘추라는 작품에 캐스팅 되어서 떨리기도 하고, 과연 이 역을 무사히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고 고민도 많이 했는데, 벌써 마지막 장면이다. 무엇인가 허전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무대 뒤편으로 퇴장해야만 한다.

사실 지켜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도, 지루하기도 했을 것이다.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많은데 시종일관 연극이야기만 해대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난 연극배우요, 희곡을 쓰는 작가다. 그런 내가 달리 할 이야기가 무엇이 있겠는가? 또 한편으론 이 천금 같은 기회에 솔직히 연극이야기만 하고 싶었다. 이 점에서 매일춘추를 사랑하시는 독자님들에겐 죄송스럽고 송구하다. 하지만 이해해 주시리라 감히 믿어본다.

끝으로 지역 연극의 현실은 참으로 어렵다는 자조적인 넋두리와 이것을 지키고 살리는 데는, 먼저 관은 관대로 실질적인 재정지원과 행정지원을 늘려주어야 하고, 지역의 기업들도 문화사대주의적인 발상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서울의 상업적인 공연들에만 스폰서를 해 줄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다시 지역의 문화 발전에 사용되어 질 수 있도록 의식 전환을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좋은 작품 만들기를 절대 명제로 하고, 여기에 구태의연한 작품선정이 아니라 올바른 마인드를 가진 기획자에 의해 철저하게 관객이 원하는 작품 만들기를 해야만 성공할 수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기 바란다.

그 바탕위에서 시민들의 사랑이 더해져서 지역문화, 지역연극은 백년대계의 초석을 마련할 수가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첫 걸음부터라고 했다.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질 때까지 막연하게 기다릴 수는 없다. 먼저 나부터 관객이 원하는 희곡을 쓰고,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맬 것이다. 매일춘추의 존경하는 독자들께서도 이 천고마비의 계절에 한 편의 지역 연극을 찾아서 가족나들이를 해 보시면 어떨까?

김재만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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