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대구 북구 한 고깃집에서 최모(37) 씨는 식당 주인과 작은 말다툼을 벌였다. 사건의 발단은 중국산 김치. 최씨는 "이 김치가 중국산이냐?"고 물었고, 주인은 "당연한 것 아니냐. 요즘 국산 김치 가격이 얼마인데 식당에서 내놓느냐"며 맞받아쳤다. 납 검출에 기생충까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최씨는 찜찜한 기분에 국산 김치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고, 주인은 "지금까지 중국산 김치를 손님 식탁에 내놓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 왜 난리냐"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중국산 김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 들어 하반기에만 중국산 장어 말라카이트 그린 검출, 중국산 찐살 유해물질 발견, 중국산 김치 납 검출, 중국산 김치 기생충 검출 등 중국산 식품 파문이 4건이나 발생했다. 그런 만큼 소비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고 불안해하고, 식당은 식당대로 치솟는 국산 김치, 배추 가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미 우리 식탁은 저가공세에 밀려 중국산에 점령당한 상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수입된 중국산 식품은 170만6천t으로 작년 전체 수입량 167만7천t을 넘어선 상태. 중국산 채소류의 경우 지난 9월까지 무려 35만7천500t이 수입됐다. 김치수입량의 4배 이상이다. 김치에서 기생충이 발견됐다면 채소도 안전하지 못하다. 지난해 중국산 식품이 전체 수입 농산물의 15.7%, 수산물의 38.3%에 달했다. 하지만 불안심리에도 불구,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격 경쟁 때문.
식당에 공급되는 국산 김치는 10㎏당 2만 원선. 하지만 중국산은 1만~1만3천 원 정도다. 10평 남짓한 식당에서 소비하는 김치는 한 달 평균 200㎏. 대부분 식당들은 이보다 많은 김치를 소비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산과 중국산을 비교할 때 김치 구입비만 한 달에 20만~30만 원씩 차이가 난다. 김치를 포함한 다른 식재료 가격을 따지면 100만 원까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결국 쌀이며 김치, 수산물 등 국산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산은 우리 식탁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영세업자들이 도저히 원가를 맞출 수 없는 헐값에 김치를 주문하고, 또 중국에 있는 김치공급업체가 여기에 맞춰 단가를 책정한 뒤 김치를 만들다 보니 중국산 중에도 고급은 일본으로, 저질 제품은 국내로 들어오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김치는 아예 생산과 포장, 유통 과정이 다르다는 것. 결국 중국산뿐 아니라 국내 수입업자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 식당 주인은 "중국산 도매업자들이 쌀이며 김치를 사라고 수시로 찾아온다"며 "최근 들어 중국산 식품 파동이 확산되자 발길이 뜸해지기는 했지만 국산 김치며 배추가격이 치솟는 것을 볼 때면 유혹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칠성시장 한 상인은 "심지어 채소를 도매로 떼와서 파는 시장 상인들까지 중국산 유혹을 받을 정도"라며 "소비자들의 형편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국산 농산물 가격은 치솟다 보니 오히려 품귀현상이 빚어질수록 팔기 어렵다"고 했다.
유통업체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백화점이나 대형소매점 식품매장에서 중국산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식품매장에 나붙어 있는 '중국산은 취급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은 낯익은 풍경이 돼 버렸다. 게다가 아예 김치 구입 자체를 꺼리고, 배추를 사서 직접 담가먹으려는 가정도 점차 늘고 있다.
문제는 물량 확보. 현재 배추가격은 작년보다 3배가량 치솟은 상태다. 문제는 값이 더 오를 경우 소비 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에 유통업계는 현 가격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최대한 물량을 확보해 가격을 붙잡아두겠다는 계획. 이마트는 현재 산지구입을 통해 배추 100만 포기를 확보했고, 홈플러스도 작년보다 40%가량 늘어난 70만 포기를 확보한 데 이어 최근 10만 포기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백화점들도 강원도 고랭지 농가와 밭떼기 계약을 맺고 물량 확보에 나서 배추 소비량은 작년보다 20%가량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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