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경일여고 연극반 '해석남녀' 부산공연

'잘못된 性지식' 바로잡아야죠

"건전한 성(性), 아는 만큼 보여요."

지난 19일 대구 경일여고 강당에서는 연극반 학생들의 마지막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20일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부산시지회의 초청을 받아 부산정보고에서 연극 공연을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배경음악도 무대장치도 준비되지 않은 텅 빈 강당이었지만 때로는 애교스럽게, 때로는 터프하게 역할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여학생들의 연기력은 탁월했다.

이들이 공연할 연극의 제목은 '해석 남녀'. 성에 접근하는 남녀 학생들의 심리를 톡톡 튀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경일여고 학생들은 지난 9월 10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건전한 성 가꾸기 연극제'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소민 양은 "고등학생 대부분이 친구들을 통해 성에 대한 지식을 얻다 보니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착안해 연극을 만들었다"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성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가 큰 남성과 여성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연극은 순진한 남학생 주인공 순동(김미진 역)이 친구들에게 잘못된 성 지식을 전해듣고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여자친구 하얀(이유정 역)을 초대해 덮치려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에 상처를 받은 하얀이는 같은 반 여자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학생들은 남학생들의 잘못된 성 지식을 바로잡아주기 위해 연극 속에서 또 한 번의 연극을 꾸민다는 줄거리.

김남수(32) 지도교사는 "1차 대본 심사에서 톡톡 튀는 남학생, 여학생의 심리묘사가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며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의 심리상태와 행동을 어쩌면 그렇게 절묘하게 묘사해냈는지 지도교사로서도 궁금한 부분"이라며 웃었다.

주인공 이하얀 역을 맡은 유정 양은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노래와 춤, 연기 어느 것이든 전문 배우 못지않게 소화해내는 그는 극을 끌어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보배다. 연극과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유정 양은 "생각지도 않은 상을 두 개나 탄 덕분에 입시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게 됐다"며 "앞으로 더욱 연기 연습에 몰두해 뛰어난 연기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이다 보니 시간을 쪼개가며 연습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대본을 쓰고 연극의 동작을 다듬느라 학기중은 물론이고 여름방학까지 매일같이 학교에 모여야만 했고, 이번처럼 무대에 서기 위해 수업을 빠지는 날도 있어 부모님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모두 경일여고 연극반의 든든한 지지자.

서나연 양은 "반대하는 부모님에게 절대 성적이 떨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연극을 시작했는데 최근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올라 부모님들도 좋아하신다"며 "연극을 하면서 뭐든 열심히 매달리는 '정신'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곧 고3이 돼 연극반 활동과는 작별을 해야 하지만 고교 시절 더 없이 좋은 경험을 했다는 학생들은 "연극을 통해 남들 앞에 당당하게 나서는 법을 배우게 됐다"며 "후배들이 계속해서 각종 연극제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선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지난 20일 부산 공연 직전 분장실에 모인 경일여고 연극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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