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영재로 키우고 싶은 욕심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 때문에 매년 연말 영재교육원 신입생 선발에는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영재교육원은 학교 교육만으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우수한 학생들에게 잠재력을 발산시킬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도 인기를 끌지만 과학고나 자립형 사립고 진학 등에서 가산점도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영재교육원의 선발 방법과 입학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영재교육, 일찍 시작하세요
영재교육원은 크게 대학 부설과 시·도교육청 부설로 나뉜다. 대구에서는 4개 지역 교육청과 중등영재교육원이 있으며 경대, 대구교대에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경북에서는 15개 지역 교육청과 중등교육원, 경대, 대구교대, 안동대, 안동과학대 등에 응시할 수 있다.
보통 11월 초순부터 모집에 들어가 방학 중 선발을 끝내게 된다. 대구의 예술영재교육원은 2월, 중등영재원은 3월에 선발한다. 지원 자격은 학교장의 추천을 받거나 시·도 혹은 전국 단위의 경시대회 등에서 수상 경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험은 3,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에서는 한국교육개발원이 만들어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논리적 추론능력 및 영재성 검사'와 교육청에서 자체 출제한 '창의성 문제 해결력 검사'를 거쳐야 하며, 최종 선발은 구술 및 심층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중등과정의 영재 선발은 보통 초등 영재교육원을 수료한 학생들에게 1차 단계를 면제해 주는 경우도 많아 영재 교육을 원하는 학생은 일찍부터 영재교육원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좋다.
▲선발은 어떻게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은 보통 자체 개발한 문제로 시험을 치른다. 시험 단계도 학교마다 제각각이다.경대의 경우에는 총 4차례의 시험을 거쳐야 한다. 지난해 부정 시험 파문 등으로 선발 과정을 대폭 개선했기 때문이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과학영재성 및 창의성 검사, 기초수학능력평가, 창의성 문제 해결력 검사 등 3번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과학영재성 및 창의성 검사와 기초수학능력검사는 일반적인 교육과정 수준의 평이한 문제로 출제되며, 창의성 문제 해결력 검사에서는 심화된 고난이도의 문제가 출제된다.
최종 관문은 이번에 신설된 '2박3일 캠프를 통한 실험평가 및 심층면접'이다. 캠프는 2차에서 정원의 2배수를 선발해 영재성과 생활태도, 인성, 협동심까지 함께 관찰한다. 황의욱 경북대 과학영재교육장은 "학생들이 배우지 못한 새로운 내용에 대해 강의를 진행한 뒤 이에 대한 이해 정도와 창의적 응용력을 지필고사로 테스트할 계획이며 그 과정에서 인성 측면도 일부 점수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교대는 1차 수학·과학 공통 지필고사와 2차 심층평가, 3차 필기 및 면접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문제 수준은 학교 수업을 충실히 소화한 학생이라면 무난하게 풀 수 있는 정도이며, '창의성'에 가장 중점을 두고 평가한다. 3차 시험은 OHP로 순간적으로 그림을 보여준 뒤 '방금 본 그림의 배치 원리를 설명해 보라'는 식의 인지 지각능력 테스트 등이 출제되지만 문제가 유형화되지 않고 매년 새로운 형식의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참고해도 별 효과는 없다.
▲무엇을 준비할까
영재교육원에 들어가려면 선행학습과 어려운 문제 풀이에 매달려야 한다고 착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소위 영재입시학원을 3, 4개씩 전전하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문제 풀이를 잘한다고 영재교육원 학생 선발에서 가장 중시되는 '창의성'과 '사고력'이 향상되는 건 아니다. 황의욱 원장은 "잘못된 실험 데이터를 주고, 실험 과정에서 어떤 실수를 했을 때 이런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지를 설명해 보라는 식의 문제는 결과만을 외워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한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습관을 갖고, 원리를 찾아내는 방법을 깨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초등 영재 교육에 주력하고 있는 대구교대의 경우는 '과목에 대한 흥미도'를 높게 평가한다. 이의원 대구교대 영재교육원장은 "공부에 흥미가 있는 학생은 A=B를 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며 "수식을 놓고 문제 상황을 창의적으로 설정해보거나, 교과서에 나와있는 풀이법이 아닌 나만의 풀이법을 찾아내도록 하라"고 했다.
많은 학생들이 반복 학습을 통해 풀이법에 익숙해지는 식의 공부를 하지만, 이는 사고의 폭을 제한해 오히려 영재성을 키우는데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이 원장은 "퍼즐이나 퀴즈를 자주 접하고, 다양한 교구를 활용해 수학·과학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것과의 접목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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