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지속돼 나라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체감을 일구고, 새로운 꿈을 향한 의욕을 북돋울 수 있어야 한다. 축제는 바로 그런 몫을 한다. 하지만, 엄청난 변화로 치닫는 오늘의 대도시에서 제대로 된 축제를 이끌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구는 얼마 전, '달구벌 축제' 대신 첫 '컬러풀 대구 페스티벌'을 열었다. 세 번째 열리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지금 막바지다. 둘 다 일정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으나 앞으로 발전적인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대구의 정체성' 개성과 연결되고 있는 '약령시축제'나 '섬유축제'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가는 관심은 각별하다. 오페라하우스가 생겼고, 오페라축제가 대구에서 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국내에선 물론 세계적으로 오페라축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 까닭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게다. 기획에서 막을 올리기까지 너무나 힘이 든다. 예산이 엄청나게 들고, 이를 어느 정도 받쳐줄 만한 호응도도 큰 문제다. 하지만 어쨌든 대구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첫해엔 서울의 2개 오페라단, 지역의 2개 오페라단, 해외의 2개 오페라단이 참여했으며, 지난해도 로마 오페라단의 야외공연이 있었다, 하지만, 그 규모나 내용에 있어서 큰 진전을 가져오지 못했다. 올해도 규모 면에서는 비슷한 수준이나 가능성을 굳혀 보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 9월 29일 막이 오른 이번 축제는 이탈리아 베르디 살레르노 시립극장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공동 제작한 '리골레토'를 시작으로 체코 프라하 국립극장 오페라단의 '돈 조반니', 국립오페단의 '카르멘'이 공연됐으며, 오는 29일 대구시립오페단의 '마르타'가 대미를 장식한다. 그간 판소리 오페라 '춘향전', 작은 오페라 '바스티앙과 바스티엔느'가 선보였고, 오늘밤 작은 오페라 '버섯 피자'의 막도 오른다.
이미 선보인 오페라들에 대한 반응과 평가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으며, 이 축제를 더욱 키워야 할 당위성을 말해 줬다고 본다. 올해 축제는 대구에서의 이 행사가 더 큰 견인력과 매력을 뿜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한층 뚜렷하게 보여 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구는 일찍부터 빼어난 음악인들이 근'현대 서양음악 전통의 맥을 이어 왔다. 오페라 활동만도 다른 지방 도시들과는 비교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대구의 문화'예술적 역량과 저력을 제대로 끌어낸다면 다른 도시와는 달리 '오페라를 통한 차별화와 특화'로 새로운 매력을 창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 축제를 '무늬만의 국제 행사'가 아니게 제대로 살리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부산 국제영화제, 안동의 국제탈춤페스티벌 등은 오페라보다는 쉽게 열 수 있는 경우이기는 하지만, 특화와 차별화를 통한 매력 만들기라는 점에서는 본받을 점들도 적지 않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아쉬운 대로 이미 구축된 하드웨어에다 소프트웨어에 얼마나 무게가 실리느냐가 문제다. 오페라의 질적 수준 향상, 참신한 기획력, 해외 오페라단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해외 관객 확보, 오페라 대중화와 문화 향수층의 눈높이 끌어올리기 등이 그 관건이다.
올해는 9억 원(시비 7억, 국비 2억)의 예산으로 이 축제를 치르고 있으나 예산 늘리기가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시비도 그렇지만, 국비를 대폭 늘려 전국에서 유일한 이 축제를 제대로 키울 수 있어야만 한다.
음악을 통한 사회 통합, 오페라 도시 이미지 만들기, 인프라 구축 통한 문화 환경 극대화, 고부가가치 창출 등도 숙제들이다. 오페라 중심의 다양한 음악과 인접 예술 무대들도 축제 기간에 동시다발적으로 꽃피울 때 시너지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오페라 하면 대구', '대구 하면 오페라'라는 신기원이 정녕 요원한 일이기만 할까.
논설주간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