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희한한 대정부질문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보통의 대정부 질문이라면 정부 실책에 대한 의원들 질책과 총리, 장관의 방어가 밑그림이지만 통례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의원 질문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답변하는 것이 창피하다"며 총리가 의원을 질책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의원들은 의원들대로 "어떡하면 우스운 꼴을 면하고 질문이나 마무리할까" 골몰할 정도다. 24일 열린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

한나라당 의원들과 이해찬 총리,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설전은 가히 가관이었다. 첫 질문자인 안택수 의원. 지난해 10월 이 총리가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고 답변해 국회 파행까지 불렀기 때문에 '2라운드'가 관심이 아닐 수 없었다. 질문과 답변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안 의원은 정부를 '친북 좌파정권'으로 규정해 놓고 공격해 들어갔고, 이 총리는 "이런 질문에 답변할 정도로 나를 어리석게 보느냐"며 답변 자체를 거부했다. 물론 특유의 비아냥과 째려보며 상대방을 깔아뭉개려는 표정도 곁들여졌다. 이 같은 질문과 답변은 권철현·정의화 의원에까지 이어지다 장윤석 의원 때는 절정을 이뤘다.

도무지 질문 당사자가 의원인지, 장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천정배 법무장관은 더했다. 장 의원 질문에는 아랑곳없이 공격을 해대 장 의원을 질문시간 내내 쩔쩔매게 했다.

실망한 야당 의원들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마지막 정종복 의원 질문순서가 됐다. 앞서 수모를 당한 장 의원은 정 의원에게 "일문일답은 금물"이라는 훈수를 뒀다. 그 때문인지 이 총리와 천 장관의 답변태도는 정 의원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정 의원 질문이 끝나자 야당의석에서는 "잘했어"라는 합창이 나왔다. 민생은 돌보지 않는 듯한, 정부와 야당이 벌이는 대정부 질문 '코미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현장이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