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법 제정안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본지 25일자 1면 보도)되자 대구 각 구·군과 경찰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방범, 교통단속, 지역행사 경비 등 업무 이양으로 강력범죄 수사에만 전념할 수 있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국가경찰의 조직, 인력, 예산, 권한의 상당 부분을 이관하지 않는 이상 자치경찰제는 허울 뿐"이라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전문가들도 일반 사법권한을 갖지 못한 현재의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의 보조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실효성 있나?
각 지자체들은 이번 자치경찰제가 지방분권의 취지로 볼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치경찰의 역할이나 권한이 너무 적은 것은 물론 예산 및 인력부분에서의 중앙정부 재정지원이 턱없이 미진하다는 것.
수성구청 관계자는 "식품·위생·환경 등 17종의 특별 사법경찰 사무는 이미 지자체서 하는 업무로 방범순찰, 교통단속, 지역행사 경비 등의 업무만 더 추가된 셈"이라고 했다.
소규모 예산 및 인력지원도 문제. 남구청 박휘식 기획담당은 "지자체 마다 재정자립도가 큰 편차를 보이는 상황에서 약간의 국고 보조만으로 자치경찰 재정을 지자체가 부담하라는 것은 가난한 지자체는 포기하라는 의미"라며 "치안 서비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내년 10월 자치경찰제 시범실시 지자체로 선정된 달서구청 배봉호 기획담당은 "국가경찰 중 6천여 명을 차출, 자치경찰로 임용할 경우 전국 234개 지자체를 감안하면 지자체 당 25명정도 배치되는 셈"이라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돈과 사람이 보장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가 확립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경찰, 업무부담 덜고 복지는 향상기대
지자체와 달리 경찰 측은 자치경찰이 생길 경우 주민과 밀접한 치안업무 부담을 덜게 돼 강력범죄 수사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수성경찰서 신동연 강력1팀장은 "경찰 인력이 일부 축소되겠지만 방범, 경비, 교통 등의 업무가 이양됨에 따라 최근 판치고 있는 지능범죄와 강력범죄 수사에 전력을 다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는 세세한 곳까지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치경찰제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찬성했다.
특히 예산이 넉넉한 지자체로 갈 경우 더 나은 복지혜택을 바랄 수 있다며 자치경찰을 희망하는 경찰관도 적잖은 형편이다. 한 경찰관은 "보수 및 후생복지 수준이 지금보다는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동료들 사이에 퍼져 있다"며 "하지만 상대적으로 재정이 허약한 지자체로 배정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걱정'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자치경찰제는 무늬만 그럴 듯 하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기광도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에 대한 지원인력은 물론 예산, 권한 등 모든 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15만여 명의 거대한 국가경찰력으로도 제공하지 못하는 생활치안을 고작 6천여 명의 자치경찰이 수행할 수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일반 사법권한을 갖지 못한 현재의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의 보조원 수준의 기능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예산, 승진, 권한, 조직 등 전 분야에 걸쳐 합리적인 수준을 지자체에 배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행정자치부 자치경찰제실무추진단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무늬만 자치경찰제라는 비난이 일고 있지만 시범기간 동안 많은 부분을 보완할 방침"이라며, "또 자치경찰에 대한 충분한 재정 지원을 위해 예산처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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