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을 그 이후-(상)지역 정치지형 바뀔까

'묻지마 표심' 변화기운 꿈틀

'10·26 대구 동을'은 한나라당이 여전히 지역의 정치적 맹주임을 보여주었다. 유권자들은 변함 없는 '애정'을 표로 나타냈다. 그러나 미약하나마 정치성향의 변화 기류도 감지됐다. 10·26 이후 지역 정치지형을 짚어본다.

'52%(유승민) 대 44%(이강철).'

이번 대구 동을 재선거에서 두 후보 표차다.동을 투표자의 52%는 친한나라당 정서를, 44%는 공공기관 동구 유치로 대표되는 이 후보의 지역발전론을 선택했다. 말없는 표심은 '먹고 사는 문제'보다는 친한나라당 정서와 현 정권의 실정 비판을 더 원했다.

그러면 지역의 정치지형은 변할까? 개표 결과에서 보듯 지역민들은 급격한 변화, 자리바꿈은 싫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점진적인 변화, 한나라당의 뼈아픈 자기성찰도 원하고 있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선거기간 13일 중 4일이나 동을을 누볐다. 지난 4·30 영천 재선거 때처럼 으레 '박풍'이 불 것으로 의심치 않았다. 과연 원하는 대로 '박풍'이 불었을까? '노'다. 한나라당 스스로 놀랐을 만큼 예전같지 않았다.

이회창 전 총재의 유 후보 측면지원, 천정배 장관 파동, 국가 정체성 논란 등을 이용한 한나라당의 '바람몰이'식 선거운동도 선거 기간 내내 활발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승리했다. 효율은 어땠을까? 역시 결론은 '약발'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몰표를 몰아주었던 과거 수많은 선거는 물론 현재 열린우리당과 배 이상의 차를 보이는 정당 지지도를 봤을 때 중앙당을 대구에 옮겨놓았을 정도의 노력에 비해 8%포인트 승리는 어찌보면 기대이하의 성적표일 수도 있다는 평가다.

지역민들은 '대구=한나라당', '작대기만 꽂아도 한나라당 공천이면 당선'이라는 등식을 더 이상 무작정 원하지는 않고 있음을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것이다.지역민들은 한나라당에게 여전히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지금보다 몇 차원 업그레이드되지 않을 경우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표심도 분명히 담겨 있다.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의 44% 득표가 이를 증명한다. 이 표 중에는 과거 한나라당 지지세였다가 이번 재선에서 이 후보 쪽으로 돌아선 유권자들도 상당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재선거에서의 지지층 변화도 한나라당은 되짚어봐야 한다. 과거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지역의 모든 연령층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그 한계에 부딪혔다. 당장 30, 40대 등 젊은 유권자층은 이 후보에게 기울었다.

한나라당 내 일각에서도 이번 동을 재선거를 보면서 텃밭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유 후보 선거사무실 관계자는 "선거 현장에서 현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다수였지만 한나라당의 무능을 질책하는 유권자도 적잖았다"고 밝혔다.유 후보도 "유권자들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변신에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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