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돌연사! 당신일 수도 있습니다

야외활동 많은 가을철 주의보

지난 9일 대구시 의사회의 날 행사에 참석했던 40대 의사가 심근경색으로 숨지는 등 가을을 맞아 각종 체육대회와 등산 행사 등이 많이 열리면서 돌연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돌연사는 예고 없이 또는 증상이 나타난 지 한 시간 이내 사망한 경우를 말한다. 돌연사의 90% 정도는 심장 이상 때문에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1년에 30여만 명이 돌연심장사로 생명을 잃는다. 심폐소생술을 빨리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구비된 미국에서조차 환자가 살아나는 경우가 20% 정도이고 후유증 없이 퇴원하는 경우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돌연심장사 재발률도 2년 안에 50%에 육박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원인

돌연심장사하는 사람의 80% 정도가 동맥경화에 의한 관상동맥 질환이 원인이 된 경우다. 협심증, 심근경색증으로 대표되는 관상동맥 질환은 심장 혈액순환 부족(허혈 현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돌연심장사의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5~10%에 달한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하는 왕관모양의 동맥혈관. 심장이 필요로 하는 혈액의 양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혈액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관상동맥의 크기는 적절하게 변화한다. 하지만 동맥경화증에 의해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면 필요한 만큼의 혈액이 심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심장근육에 허혈 현상이 나타난다.

협심증이란 콜레스테롤과 같은 이물질이 쌓여 관상동맥이 좁아져 생기는 병이다.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통증이 나타난다. 심근경색증은 협심증이 더 악화돼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는 경우를 말한다. 심근경색증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협심증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심근경색증이 발생한다.

협심증의 경우 심장근육의 허혈 상태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안정을 취하면 손상 없이 심장근육이 회복된다. 그러나 심근경색증은 허혈 상태가 지속되어 심장 일부가 죽어 버리기 때문에 안정을 취하거나 약물을 투여해도 심장근육 일부가 손상받게 된다.

■예방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심폐소생술이 4분 이내 시작되고 적어도 8분 이내에 전기충격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생존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돌연심장사의 예방과 재발 방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돌연심장사의 가장 많은 원인인 허혈 현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고혈압, 당뇨병, 흡연, 고지혈증 등)을 제거하고 조절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으로 꼽힌다. 소생된 환자 생존율도 3년 후 50% 정도여서 2차 예방에 적극적인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적당한 운동은 환자의 심장 기능을 강화시켜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환자들의 경우 산소를 많이 섭취할 수 있는 걷기, 등산, 조깅, 수영, 줄넘기,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심장과 호흡 기능을 많이 향상시키면서도 혈압 상승은 크게 동반하지 않는 이점을 갖고 있다. 반면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엎드리기 등의 운동은 심장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어 삼가는 것이 좋다.

운동 시작 전에는 반드시 5∼10분 정도 준비 운동으로 몸을 풀어줘야 하고 운동을 마친 후에도 5∼10분 정도 마감 운동을 해주어야 한다. 운동은 1주일에 3회 이상, 1회에 30∼60분 정도 하는 것이 좋으며 처음부터 무리하게 많은 양의 운동을 하기보다는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 가야 한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환자는 전문의와 상담한 후 적절한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악화시키는 음식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환자들은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검사를 받아 보아야 하며 지방질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가급적 먹지 않아야 한다.

육류, 저장식품, 가공식품, 인스턴트 식품 대신 신선한 채소나 과일, 잡곡, 현미, 콩류, 해조류(미역) 등 섬유소가 풍부한 것으로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사용량도 줄이고 사탕, 꿀, 엿, 케이크, 아이스크림, 콜라, 사이다 등의 단당류의 섭취도 제한해야 한다. 외식 메뉴로는 한정식, 생선구이, 김밥, 초밥, 비빔밥 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과음은 알코올성 심근증, 중성 지방의 증가,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치료

베타차단제나 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 등이 심근경색증 환자의 생존율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항부정맥 약제 중에서는 아미오다론, 소탈롤 등이 돌연심장사를 예방하고 생존율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지만 생존율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10만 개 이상 이식된 심실제세동기는 돌연심장사 치료에 가장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는 장치다. 심실제세동기 이식으로 30~50%에 달하는 2년내 사망률이 연간 1~2%로 감소되고 새로운 기기 도입으로 과거 4~5%에 달하던 시술 사망률도 1% 이하로 줄어들었기 때문. 그러나 가격이 비싸고 환자의 총사망률을 줄이는데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이 밖의 치료법으로는 항부정맥 수술, WPW증후군 환자 등의 1차 치료에 사용되는 전극도자 절제술 등이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 한성욱 계명대 동산의료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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